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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휴지 한 장의 경제학

입력 | 2008-10-10 02:58:00


두루마리 휴지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다. 버려진 복사지, 신문, 잡지 등을 펄프 제조기에 넣고 물과 약품을 섞어 작은 섬유 입자로 만든 다음 표백, 탈수, 압착, 건조, 광택, 포장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조 과정에서만 t당 29만 kWh의 전력(電力)이 든다. 가구당 월 에어컨 전력 소비량의 1330배 되는 양이다. 재활용할 폐지의 회수율을 1%만 높여도 연간 290만 달러(약 40억 원)를 아낄 수 있다.

▷1회용 종이컵은 내부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 코팅을 하는데 구겨질 경우 재활용이 힘들다. 재활용률을 1%만 높여도 연간 4637만 달러(약 639억 원)를 아낄 수 있다. A4 용지 1t을 만드는 데는 1.5t의 나무가 필요하다. 이 나무들은 대부분 수입한다. 종이 1t을 재활용하면 17그루의 나무와 물 28t, 시간당 전력 4200kW를 절약할 수 있다. 볼펜용 잉크는 아프리카 수입 고무나무 진액이 원료다. 플라스틱 펜대는 중동산 원유가 재료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로선 이 모든 것이 달러다.

▷압력솥에 밥을 하면 연간 26달러(약 3만5000원), TV 시청을 매일 두 시간 줄이면 연간 4달러(약 5500원)를 아낄 수 있다. 자동차에 짐이 10kg씩 늘어날 때마다 50km 주행 시 기름 80cc가 더 든다. 트렁크를 비우고 주행하면 연간 26달러가 절약된다. 전체 1500만 가구의 10%인 150만 가구가 월 전기를 3kWh(300원)만 절약해도 547만 달러(약 74억 원)를, 가스 불꽃을 한 단계만 줄여도 638만 달러(약 89억 원)를 아낄 수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석유 소비량을 10% 줄이면 연간 122억 달러(약 16조8300억 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외환시장을 흔들고 있는 ‘미친 환율’은 달러 부족이 주된 이유다. 은행들도 ‘장롱 속 외화를 은행으로!’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8월 한 달간 해외여행객 887만 명이 지갑에 1인당 평균 50달러씩 남겼다고 가정하면 총 4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것만 은행에 맡겨도 사정이 다소 나아질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가계와 개인도 ‘작은 실천’을 통해 위기 타개를 도울 수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