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그 완강하고 오래된 울타리를 깨뜨리려는 시도가 또 한 번 시작됐다. 자동차경주대회 얘기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던 ㈜굿이엠지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카레이싱 한국 대표팀을 꾸렸고 이들은 5일 네덜란드의 바닷가 휴양도시 잔드보르트에서 개막한 A1 그랑프리 대회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 팀의 대표 드라이버가 1993년 파리∼다카르 랠리 자동차 경주대회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출전했던 황운기(57) 씨의 둘째 아들 황진우(25)라는 사실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황진우는 이번 대회를 종합 8위라는 의외의 좋은 성적으로 마친 뒤 “한국 모터스포츠의 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진우처럼 국내 모터스포츠의 1세대 격인 아버지 황 씨도 당시 대회 참가를 통해 국내 모터스포츠의 붐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15년간 국내 모터스포츠는 ‘마니아들의 값비싼 스포츠’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한국이 자동차 생산대수 세계 5위인 자동차 강국인데도 현실이 이렇다는 데 분통을 터뜨린다. 실제로 자동차 생산대수 톱10 국가 중 모터스포츠가 비인기 종목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로 꼽히는 포뮬러원(F1)이나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대회인 나스카(NASCAR)는 그 자체로 관중 동원력이 엄청난 스포츠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자동차와 부품 제조회사들은 이런 대회들을 엄청난 연구 개발의 현장이자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최전선으로 삼고 있다. F1 대회에 참가하는 차량은 엔진 배기량이 현대 쏘나타의 고(高)배기량급인 2400cc에 불과한데 최고 출력은 780마력이고 최고 시속 355km를 낸다. 이게 바로 대회에 참여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력이다.
A1 그랑프리는 대회 주최 측에서 임대하는 차량으로 경기를 하지만 국가대항전이라는 대회 성격 때문에 ‘이번에야말로’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2010년엔 전남도가 영암군에서 F1 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A1 그랑프리 참가를 통해 국내에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면 전남 F1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