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서사문학과 토지/최유찬 지음/488쪽·2만5000원·서정시학
소설 ‘토지’의 비평 3부작이 완성됐다. ‘토지’ 연구자인 연세대 국문과 최유찬 교수가 ‘토지를 읽는 방법’,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에 이어 ‘세계의 서사문학과 토지’를 펴냄으로써 10여 년간의 토지 연구에 일단락을 지었다.
태초의 빅뱅 이후 우주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변화를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에 적용하는 독특한 독법을 선보였던 최 교수는 이번 작품에서 작품 속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주요 고대 서사문학들과 비교 분석한다.
최 교수는 “‘토지를 읽는 방법’이 문학 해석의 근거가 되는 것이라면 이번 연구는 삶과 죽음의 화두를 다루므로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다”며 “이 논의 후에 상상력이란 주제를 확장시킨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이 이어진다고 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비평 가운데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7월 출간된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보다 완성하는 데 시일이 더 걸렸다.
“토지 연구 이후에 문학 연구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그는 “호머의 서사시, 중국의 서경 등 고대 문학과 토지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것은 각 작품에서 드러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들을 토지를 형성한 요소로 파악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유비의 방법, 별자리 그리기(토지 분석을 위해 세계 고전들을 별자리처럼 구성해 전체 모습을 그려보는 방법) 등의 연구 방법을 설명한 후 2부에서 세계고전 서사 문학들을 비교한다. 3부에서는 토지에서 나타난 삶과 죽음을, 4부에서는 토지와 비슷한 시기에 쓰인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공시태적으로 분석한다.
최 교수는 “포함된 책들이 만만치 않다 보니 연구에 시간이 걸린 데다 고비도 많았다”고 말하며 5월 타계한 박경리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는 토지 연구를 일반화해서 하나의 문학 이론으로 세우기 위해 계속 연구에 정진할 것”이라는 그는 “토지를 읽는 방법을 익히면 독자들도 어떤 문학작품이든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의 상상력에도 깊은 관심을 가진 최 교수는 “상상력에 관한 이론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