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제대로 된 '한국의 맛'을 낼 수 있게 됐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아름다운 한국 음식 300선 조리법 표준화'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구소 측이 2006년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3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완성했다.
이번 연구사업을 주도한 윤숙자 소장은 "주식 부식 후식 등 한식 300가지의 조리법이 표준화돼 책자 동영상 인터넷 등을 통해 5개 국어로 세계에 소개된다.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 음식은 할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이어지는 집집마다 다른 가정 비법으로 구전돼 왔다. 이 '손맛'은 한식 특유의 풍미로 평가됐지만, 한편으로는 한식 세계화에 걸림돌이 돼 왔다.
표준화된 조리법이 없는 탓에 외국인이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존 조리법은 재료량을 '약간', '적당량' 등으로 표시하고, 조리 시간도 '한소끔'(한번 끓어 오르는 모양), '잠깐 끓인다' 등으로 소개해 한국 사람도 초보자의 경우 제 맛을 내기 어려웠다.
윤 소장은 "한 번은 미국인 부부가 요리책을 참고해 갈비찜을 만들어 줬는데 완성된 요리가 찜이 아닌 탕에 가까웠다. 조리단위와 조리법이 계량화돼 있지 않아 갈비찜을 외국식 스튜로 오해해 빚어진 해프닝이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표준화 작업은 손맛에 좌우되던 조리법을 국제표준에 맞게 계량화한 것이다. 단위와 시간을 cm, g, min(분) 등으로 계량화하고, 조리 도구와 불의 세기 등도 규격화했다. 또 칼로리에 맞춘 1인 분량과 9가지 영양소를 분석해 과학적으로 체계화했다.
윤 소장은 "조리법을 계량화하기 이전에 표준화된 맛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의 맛도 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 20여 명이 문헌조사와 시험 조리를 거쳐 가장 적당한 맛을 선정했다"며 "조리법뿐만 아니라 맛을 표준화했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표준화된 한식 조리법은 맛의 편차가 컸던 한식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세계에 제대로 된 한식 맛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성과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13일 열리는 '코리아 푸드 엑스포 2008' 행사에서 공개되고 19일까지 전시된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