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자동차가 8월 미국 동서 횡단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수소연료전지가 들어간 현대차 ‘투싼’ 2대와 기아차 ‘스포티지’ 1대는 미국 대륙 횡단 코스 7300km 중 수소충전을 할 수 없는 3300km를 제외한 4000km를 완주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개최한 ‘수소연료전지차 로드투어’에는 BMW, 다임러, 폴크스바겐, GM, 도요타, 혼다, 닛산 등 9개 회사들이 참가했지만 완주에 성공한 메이커는 현대·기아차와 BMW, 도요타, 닛산 등 5개 회사밖에 안 됐다.
현대·기아차의 앞선 친환경차 기술 수준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차가 미래
현대·기아자동차의 미래 성장 동력은 ‘그린 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 발 앞서가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를 따라잡기 위해, 또 중국 인도 등 후발 업체의 추격에서 벗어가기 위해서도 친환경 차량 개발은 숙명적인 과제라고 현대·기아차는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비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친환경 자동차의 특성상 기술 선점은 발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한편 선진 자동차 업체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는 화석연료와 전기의 힘을 동시에, 연료전지차는 수소를 화학반응시켜 생산되는 전기의 힘을 사용한다. 이 중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의 세계 시장 수요는 2010년 1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하이브리드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내다보고 있다.
○ 연료전지차 기술은 세계적 수준
현대·기아차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9년 아반떼 하이브리드카, 2000년 베르나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성공하며 친환경 차량 개발의 연구개발 수준을 향상시켜 왔다. 2004년 10월 클릭 하이브리드카 50대를 환경부에 시범 공급했고, 이듬해 베르나 200대 등 하이브리드카 350대를 환경부에 공급하며 대량양산 체제에 한발 더 다가섰다.
내년 7월에는 세계 최초로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쓰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를 양산(量産)해 판매할 예정이다. 2010년에는 쏘나타와 로체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3만 대를 생산해 하이브리드 차량 양산 기업으로 자리 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속도를 내 조기에 일반인들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 투싼 연료전지차가 국제 친환경차 경연대회인 ‘2007 미슐랭 챌린지 비벤덤’에서 연료전지차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차세대 연료전지차 모델인 ‘아이블루’는 최고 속도가 시속 165km에 이르고, 한 번 충전해 600km를 갈 수 있는 등 투싼 연료전지차보다 완성도가 높아졌다.
○ 빠른 보급이 목표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투싼 및 스포티지 연료전지차 30여 대를 2009년까지 시범운행한 뒤 2010년부터는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해 시범 운행 차량을 500대로 늘릴 예정이다. 2012년 연료전지차 1000대를 생산한 뒤 2018년까지 연간 3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연료전지차 양산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1,2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벤처업계 지원을 통해 일본에 비해 뒤진 부품 기술도 동반 성장시키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전략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임기 내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도약’을 선언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인 저탄소 친환경차 양산을 앞당겨 ‘그린 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환경기술연구소 그린 카 우리가 책임집니다▼
‘그린 카’를 만들기 위한 현대·기아자동차의 의지가 담긴 곳이 경기 용인시에 있는 환경기술연구소다.
현대·기아차는 2003년 6월 글로벌 환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환경경영을 선포하고 이 연구소 공사에 착수했다. 이후 2년여 동안 약 600억 원을 투자해 2005년 9월 세계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환경 관련 연구소를 설립했다.
친환경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기술 전 분야를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전담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연구소는 이 같은 취지에 맞게 설계부터 운영까지 친환경을 표방한다.
더블스킨(이중유리)의 공기순환을 통한 냉난방 효율화 장치, 지열냉난방, 태양광 반사판을 이용한 자연 채광 시스템, 연료전지 실험 시 발생하는 전력 등을 이용해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1000t가량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진공오수시스템을 적용해 연간 1500t의 물도 절약하고 있다. 친환경 설비 덕분에 절감되는 건물 운전비용이 연간 1억5000만 원에 이른다.
이 연구소는 700기압 수소 충전소를 설치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350기압 수소 충전소와 함께 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수소 공급체계도 구축했다. 환경기술연구소는 연료전지·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기술 개발과 배기가스 저감 및 연료소비효율향상 기술개발, 에너지 폐기물 재활용 기술 등의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면서 ‘그린 카’ 개발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환경기술연구소가 설립된 후 환경기술 관련 부문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제품 개발에서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 폐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일관된 환경 정책을 펼 수 있어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더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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