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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택]精神科

입력 | 2008-10-14 03:00:00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부모 또는 연인이 사고로 죽었을 때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심적 충격과 깊은 상실감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안정을 찾기 위해서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프로골퍼들이 성적이 부진할 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원인을 찾아내거나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마음과 몸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결돼 있다고 믿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한국인들은 웬만한 일로는 정신과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설사 정신과에 다녀왔다고 해도 가까운 사람한테조차 숨긴다. 정신과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와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미친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신과에서 다루는 병이나 증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신과에서는 심각한 정신분열증 외에도 우울증, 대인기피증, 불안장애를 비롯해 스트레스가 원인인 다양한 증상을 진료한다. 알코올 의존증이나 인터넷 중독, 학습장애도 정신과 진료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에서는 1950, 60년대 병원의 진료과목 세분화 과정에서 정신과와 신경과가 분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이전에는 신경정신과로 통용됐지만 1982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대한신경과학회가 분리되면서 정신과와 신경과로 갈라졌다. 아직도 신경정신과로 진료과목을 표기하는 의사들은 1982년 이전에 전문의를 취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는 뇌과학의 발달로 정신과와 신경과 환자를 같이 보거나 합치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한다.

▷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과라는 진료과목 명칭을 바꾸기로 하고 대안을 찾고 있다.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연예인은 유명세 때문에 정신과를 찾기가 더 어렵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릴 만큼 흔하고 치료도 쉽지만 방치하면 자살 충동을 일으켜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우울증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도 없다. 우울증 환자의 90%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사람을 살리고 마음의 행복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신과 개명(改名)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