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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마약만큼 중독위험 크다” 쥐 실험서 증명

입력 | 2008-10-15 16:24:00


설탕이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으며 거식과 폭식증 같은 식이 장애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 대 바트 회벨 교수(Bart Hoebel·신경 심리학)는 최근 쥐 실험을 통해 설탕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설탕이 뇌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쥐들이 설탕에 중독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회벨 교수팀은 우선 쥐들을 12시간가량 굶게 한 뒤 설탕물이 포함된 먹이를 줬다. 이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처음 식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

허기에 지친 쥐들은 주어진 먹이를 설탕물과 함께 게걸스럽게 먹었다. 회가 거듭될수록 쥐들이 먹이와 함께 섭취하는 설탕물의 비율은 계속 높아졌다.

약 1주일이 지난 뒤부터 쥐들은 다른 음식은 외면하고 설탕물만 먹기 시작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나성엽 기자

회벨 교수팀에 따르면 쥐들이 설탕물을 먹을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됐다.

도파민은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의 일종. 술 마약 등의 중독성 물질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회벨 교수팀은 도파민 분비 외의 다른 중독의 증거를 찾기 위해 설탕물 공급을 끊었을 때 쥐들이 불안과 우울 증상을 보이는 지 관찰했다. 불안과 우울은 금단형상의 전형적인 증상.

먼저 불안증상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한쪽에는 조그만 터널을, 터널 바깥쪽으로는 다이빙 보드와 같이 지면보다 다소 높은 널빤지를 설치했다.

그 결과 금단형상을 보이는 쥐들은 불안증세를 보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터널 안 쪽에서 보낸 반면 그렇지 않은 쥐들은 '용감하게' 널빤지 주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울증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쥐를 물에 빠뜨려 보기도 했다.

금단현상으로 인해 우울증상이 있는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물속에 빠진 뒤 헤엄을 치는 시간이 짧았다. 우울증으로 인해 쉽게 절망, 포기하고 헤엄치기를 일찍 중단한 채 그냥 물에 떠 있었다는 것.

또 쥐들에게 약 2주 가량 설탕물을 주지 않은 뒤 다시 식사 때 설탕물을 제공하자 쥐들은 평소 먹던 양보다 훨씬 많은 설탕물을 폭식했다.

회벨 교수는 "일정 기간 중독 물질을 끊은 뒤 다시 섭취할 경우 섭취량이 크게 늘어나는 폭식도 중독 증상의 하나"라며 "쥐들에게 술로 실험을 했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동물을 상대로 했기 때문에 인간도 설탕에 중독 되는지 여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

회벨 교수팀은 "금단증상에 따른 폭식과 불안 우울 등은 인간의 중독증상과 같지만 이번 실험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신경·심리학계에서는 '해당 물질을 얻거나 남용하기 위해 일생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고통을 느끼는 것'도 중독의 한 증상으로 정의하지만 설탕 때문에 인간에게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는 것.

회벨 교수팀은 "현재 정부의 승인을 받아 컬럼비아 대학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을 준비 중"이라며 "다만, 이번 동물실험 결과를 참고하면 보다 건강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