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화 폭락에 베팅해 큰 재미를 본 2명의 금융업자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 금융시장이 혼란한 틈을 타 프랑화를 공격했다. 이들은 프랑화를 공매도한 후에 언론을 매수해 프랑스 재정이 위험수위라는 기사를 유포시켰다.
그 당시 프랑스는 충분한 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런 보도 때문에 프랑화가 급락하자 너도나도 프랑화를 팔고 달러 확보 전쟁이 일어났다. 이 기회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약세장 투기자들이 가세하니 프랑화는 더욱 폭락했다.
그러나 결국 프랑스 정부가 미국 뉴욕의 JP모간 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빌려 프랑화를 방어하자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프랑화 폭락에 편승했던 투자자들은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
그때와 마찬가지의 일이 지금 한국 외환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한 틈을 타 외환 투기세력이 원화를 공격하고 있다. 외국 언론을 통해 한국의 제2 외환위기 가능성을 부추긴다.
그때보다 더 거대한 카지노판이 된 외환시장에서는 공격수단도 더 많아졌다. 국제 신용평가사나 증권사 보고서들을 동원한다. 불과 두 달 전에도 일부 외국인 투자가들은 채권시장 9월 위기설을 퍼뜨려 채권가격을 떨어뜨린 뒤 헐값에 싹쓸이해 갔다. 여기서 재미를 본 세력들이 더욱 활개를 치는 것 같다.
한국은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외환보유액이 9월 말 기준으로 세계 6위나 되는 경제대국이다. 도대체 이런 경제대국이 외환 투기꾼들의 공격에 휘청거린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악몽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심리적 취약성과 무기명 유언비어가 마음대로 활개 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통신망 때문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에 중국, 일본, 대만과 ‘통화스와프 조약’까지 맺어 비상시에는 달러를 빌려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체제까지 갖추고 있다. 외환 투기세력이 아예 원화를 공격할 마음조차 먹지 못하도록 중국이나 일본과 ‘외환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 어떨까?
만약 당신이 환율이 더 오를 것(원화가치는 하락)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원화약세에 베팅해 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대로 환율이 움직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현재의 환율은 적정 환율과 관계없는 일시 수급에 따른 오버슈팅 환율이다. 오버슈팅이 얼마나 더 갈지, 그리고 언제 꺼질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당신이 달러를 움켜쥐고 있다면 그것은 투기세력에 편승해 있는 ‘약세장 투기자’다.
역사적으로 약세장 투기자는 대부분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다. 프랑화 공격을 주도했던 2명의 금융업자도 처음에는 큰돈을 벌었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파산하고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남의 불행을 이용한 돈벌이의 업보가 아닐까?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