霜(상)은 서리이다. 霜降(상강)은 서리가 처음 내린다는 24절기의 하나로 10월 23일이나 24일이다. 하얗게 센 귀밑털을 가리키는 霜빈(상빈)처럼 희다는 뜻도 있다. 엄격하다 또는 고결하다는 의미도 있다. 가루를 가리키기도 한다. 霜葉(상엽)은 서리 맞은 잎 또는 서리에 붉어진 나뭇잎이다. 風霜(풍상)은 세상의 어려움과 고생을 비유한다.
醉(취)는 술을 담는 그릇으로 술을 뜻하는 酉(유)와 마침을 뜻하는 卒(졸)이 합해 취하다의 뜻이 되었다. 楓(풍)은 단풍나무이다. 楓葉(풍엽)은 단풍나무의 잎 외에 가을에 붉게 물든 나뭇잎을 통칭하기도 한다. 丹楓(단풍)은 나무의 한 종류이면서 또 붉게 물든 나뭇잎을 가리켜 霜葉(상엽)이나 楓葉(풍엽)과도 통한다.
淡(담)의 본뜻은 맛이 옅거나 싱겁다는 뜻이다. 빛깔이 연하거나 마음이 담담하다는 뜻도 된다. 淡泊(담박)은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 색깔이 연하거나 바램, 맛이 없거나 옅음 등을 두루 뜻한다. 淡水交情(담수교정)은 물처럼 담박한 군자의 교제를 가리킨다. 淡月(담월)은 희미한 달 또는 으슴푸레한 달빛을 가리킨다.
隱(은)의 본뜻은 낮은 담장이다. 한자의 왼쪽에 붙는 부(부)는 阜(부)의 변형으로 언덕을 의미한다. 隱蔽(은폐)처럼 가리거나 숨기다 또는 숨다의 뜻이다. 惻隱(측은)처럼 가엽게 여기다의 뜻도 있다. 隱忍自重(은인자중)은 참고 견디며 신중하게 행동함을 뜻한다. 蘆(로)는 갈대이다.
맑은 서리에 취했는지 단풍은 붉게 물들어간다. 어디 단풍나무뿐이겠는가. 온갖 수목이 서리에 취해 사람마저 취하게 한다. 옅은 달빛이 희뿌연 갈대꽃을 비추니, 갈대꽃은 달빛 속에 숨고 달빛은 갈대꽃 속에 숨어 하나로 어우러진다. 元(원) 許有壬(허유임)의 ‘荻港早行(적항조행)’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