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의 구호는 호기가 넘친다. 좁은 영해를 넘어 전 세계 바다를 누비자는 뜻을 담아 “대양(大洋)으로!”라고 외친다. 공군이 “우주로!”라고 함성을 지르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해군은 어느새 1만8000t급의 아시아 최대 상륙함과 7000t급 이지스 구축함까지 보유해 듬직한 ‘대양해군’의 모습을 갖추었다. 정부가 멀리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실사단을 파견할 방침이어서 결과에 따라서는 영해를 벗어나는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옥근 해군 참모총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해군은 준비를 할 것이라며 “이순신함급 함정과 해상작전 헬기, 대테러부대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군 함정을 소말리아에 보낼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달 화물선 ‘브라이트 루비’호가 소말리아에서 해적에게 납치돼 한국인 선원 8명이 억류돼 있다. 지난해 납치됐던 마부노호 선원이 거액의 몸값을 내고 174일 만에 석방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매년 우리 국적 선박 500여 척이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해군 함정이 파견되면 안전한 물자 수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등 20여 개국이 연합해군(CFT)을 편성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랑스가 두 차례나 해적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여 32명의 자국인 인질을 구출한 사례도 있다. 막강 해군력을 가진 한국이 납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CFT에 손을 벌리는 것은 면구스러운 일이다. 국제평화와 자유무역을 보호하는 활동에 기여하는 의미도 있다.
▷성공이 보장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파병이지만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소말리아는 해안선이 3700km나 된다. 낯선 땅에 함정 한 척을 보내 현지 사정에 밝은 해적을 제압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해적은 어뢰와 엑조세 미사일로 무장한 무서운 상대다. 한국인 선원을 납치한 해적을 잡으려면 프랑스처럼 육해공 입체작전을 수행할 능력과 소말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도움을 끌어내는 외교력이 필요하다. 실사단이 현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