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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재개발 보상 관행’ 제동

입력 | 2008-10-16 02:59:00


“이주비 신청자격 시점 늦춰 세입자 보호”

서울시 “보상노리고 전입하는 투기꾼 득세 우려”

■ ‘이주비 지급 시행인가일이 기준’ 판결 의미

재개발구역의 세입자에게 이주비 신청자격을 주는 시점을 ‘사업시행 인가일’로 늦춘 법원의 판결은 통상 2년간 계약하는 전세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다.

기존 관행에 따르면 이주비 신청자격은 재개발 사업 초기인 구역을 지정할 때 생긴다. 구역지정 후 사업시행인가 후 철거까지 길게는 4∼5년씩 걸리는데 이 기간에 해당 주택에서 살아야만 이주비를 받을 수 있는 셈. 전세 계약기간이 통상 2년이므로 두 차례 이상 계약을 연장해야만 이주비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현행 재개발사업절차는 재개발 기본계획 수립→재개발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준공 및 입주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보상법’상 세입자가 이주비를 받으려면 ‘사업시행인가 또는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일 3개월 전’부터 철거 시까지 거주해야 한다.

문제는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일’은 공람공고, 조합설립인가 등 다양한 시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모호한 표현 때문에 조합은 통상 ‘재개발구역지정일’을 이주비 지급 기준일로 정한다. 이주비 지급 기준일을 앞당길수록 이주비 대상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조합들의 이주비 지급 부담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이주비는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지출액을 기준으로 4개월 치. 지난 2분기(4∼6월) 월평균 지출액이 242만 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입자 가구당 968만 원 정도가 이주비로 나간다.

현재 왕십리뉴타운 제1구역은 조합과 세입자 간에 이 같은 이주비 문제로 100억 원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서울시 SH공사가 임의로 공고한 은평뉴타운 이주대책기준일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시 측은 은평뉴타운에 투기 세력이 판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 발표(2002년 10월 23일) 직후에 임의로 이주대책기준일을 정해 입주자를 선별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5년 “이주대책기준일은 공람공고일이나 구역지정고시일로 삼을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은평뉴타운의 공람공고일과 구역지정고시일이 2004년 11월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로 구제받을 수 있는 부적격 처분 주민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울시 측은 “투기를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까지 보상을 하게 되면 추가 부담이 발생해 사업 진행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