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공양미 삼백 석 모으기 운동’이 백내장, 녹내장, 당뇨망막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밝은 빛을 선사하고 있다.
공양미 삼백 석 모으기는 전남 곡성군이 ‘효의 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2001년부터 열고 있는 ‘심청축제’ 자선 이벤트. 효녀 심청이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목숨을 내놨던 소설 내용을 재현해 보자는 취지였다.
매년 10월 초 축제 행사장에는 쌀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축제 관람객들은 공양미 삼백 석이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개안수술 비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흔쾌히 성금을 내놓는다.
유치원생들도 고사리 손으로 정성을 보태고 일부 학교에서는 직접 쌀을 가져와 기증하기도 한다. 은행 계좌로 성금을 보내는 독지가와 출향 인사도 많다.
이렇게 해서 모아진 돈은 2억8571만 원. 지금까지 977명이 무료 개안수술 혜택을 봤다.
이 가운데 곡성지역 노인이 696명, 전남지역 타 시군 주민은 281명이다.
지난달 백내장 수술을 받은 고인태(85·곡성읍) 할아버지는 “검사비, 수술비 등으로 30만 원 정도 들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아직 인공수정체를 떼지 않았지만 시력이 예전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곡성군은 올해도 10월 한 달 동안 공양미 삼백 석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심청축제추진위, 곡성청년회의소,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주축이 돼 모금운동에 나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