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정장-캐주얼 브랜드로 한국 상륙한 디자이너 존 바바토스
검은색 셔츠, 검은색 구두, 검은색 팔찌…. ‘올 블랙’ 차림의 미국 출신 디자이너 존 바바토스(50). 검은색 셔츠는 단추를 3개 풀어 야성미를 강조했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같다는 말을 기다렸다는 듯 그는 로큰롤 얘기를 꺼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3가지 있어요. 패션과 가족, 그리고 로큰롤이죠. 젊은 시절 한참 로큰롤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남자들이 패션에 신경썼던 것 같아요. 지금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난 30년 전 로큰롤 시대를 떠올리곤 해요.”
2년 전 10대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는 ‘컨버스’와 합작해 만든 브랜드 ‘컨버스 바이 존바바토스’로 널리 알려진 그가 지난달 국내 진출을 알렸다.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남성 정장 브랜드 ‘존 바바토스 컬렉션’, 그리고 2004년 내놓은 캐주얼 브랜드 ‘스타 USA’의 국내 진출 기념 패션쇼를 위해 내한한 그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존 바바토스의 의상은 과거 간혹 수입된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매장을 갖고 론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국가 중 최초 론칭이다.
“남들은 다 사업하러 한국 간다고 하지만 전 문화적 충격을 느끼러 왔어요. 미국도 동부와 서부 스타일이 다른데 하물며 다른 대륙은 오죽하겠어요. 그래서 한국인들을 직접 보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의상을 연구하고 한국에서만 파는 한정판을 만들 생각이에요.”
단추를 풀어헤친 그 자신은 다분히 로큰롤풍이지만 그가 만드는 옷은 전형적인 ‘실용주의’를 표방한 뉴욕 스타일이다. 너무 평범하다 싶을 정도로 치장을 간소화한 그의 ‘미니멀리즘’은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바바토스는 1983년 ‘폴로 랄프로렌’ 디자이너를 시작으로 1990년부터 5년간 ‘캘빈클라인’ 수석 디자이너를 지내고 1995년 폴로 랄프로렌에 부사장으로 복귀해 ‘폴로 진’을 만들었다. 그는 “폴로는 ‘폴로 대학’이라고 할 만큼 디자인이 정직하고, 캘빈클라인은 ‘단순함의 미학’이 돋보인다”며 “20년 가까이 간결하고 정제된 디자인을 몸에 익혔다”고 말했다.
어느새 얘기는 로큰롤로 돌아갔다. 대학시절 과학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뉴욕의 한 양장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유는 하나. 로큰롤 의상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폴로의 랄프로렌을 만나 영업사원으로 취직했고 아예 “직접 로큰롤 의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9세의 늦은 나이에 디자인 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이게 다 로큰롤 때문”이라고 말하는 나이 쉰의 이 로큰롤 가이,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에너자이저 광고에 등장하는 ‘(멈추지 않고 드럼만 치는) 토끼’라고 비유했다.
“열정과 즐거움이 내 삶의 좌우명이죠. 그래서 그런지 한곳에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에요. 지금도 이렇게 한국까지 오게 됐죠. 이 넘치는 에너지…. 다 로큰롤 때문이에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