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타타르스탄 심포니 내달 순회공연
“러시아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들어보세요. 칼바람이 부는 눈 덮인 볼가 강가를 거닐면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들어본 적도 있죠. ‘따라라∼’ 하는 피아노의 선율이 가슴을 찌르는데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못 듣겠더군요.”(지휘자 노태철)
음악엔 그 나라의 날씨와 햇빛, 공기와 냄새가 담겨 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음대,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 음악원을 졸업한 지휘자 노태철(46) 씨는 “아리랑에 수천 년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한(恨)’이 담겨 있듯 독일 이탈리아뿐 아니라 헝가리, 체코, 러시아의 음악을 제대로 배우려면 그 나라에 가서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부터 러시아 푸시킨 국립오페라 발레극장의 지휘자이자 국립타타르스탄 심포니 오케스트라(사진)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1월 4일부터 14일까지 국립타타르스탄 전통 오케스트라의 한국 공연을 마련한다.
이 악단은 만돌린과 비슷한 러시아 민속악기인 발랄라이카와 러시아의 전통 아코디언인 바얀 등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여기에 팀파니,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이 첨가돼 서양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노 씨는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온 ‘라라의 테마’가 발랄라이카로 연주된 음악”이라며 “ 트레몰로 주법으로 연주되는 이 오케스트라는 웅장하면서도 경쾌한 화음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연방의 한 공화국인 타타르는 고리키와 톨스토이가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다. 공화국 수도 카잔은 몽골족이 러시아를 240년간 지배했던 중심지였다. 러시아인들이 ‘타타르의 멍에’라고 부르는 이 시기에 발랄라이카가 몽골인들에 의해 러시아에 전해졌고, 이후 러시아 농민들의 정서를 대표하는 악기가 됐다.
이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비롯해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의 작품과 5음계로 된 러시아 전통민요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부문에서 1등을 차지하고, 올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알비나 슈아기무라토바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다.
11월 3일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 6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8일 경북 구미예술문화회관, 10일 서울 예술의 전당,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7만∼15만 원. 02-4646-2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