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하락에도 지난달 수입물가 2.3% 올라
주부 정모(30) 씨는 요즘 대형마트에 가도 장바구니에 바나나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을 담지 않는다. 사과 배 등이 제철이기도 하지만 수입 과일 값이 만만치 않아서다.
정 씨는 “얼마 전까지 100g에 95원에 팔던 일반 바나나 값이 요즘 100원을 훌쩍 넘는다”며 “유가는 내렸다지만 환율이 올라서인지 수입 과일이나 공산품 값이 여전히 비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율발 물가 상승’이 꿈틀거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가격이 환율에 민감한 밀가루 설탕 등 수입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석유제품 가전제품 등 30여 개 품목을 특별점검 대상으로 선정하고 관련 부처와 연말까지 가격 동향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9월 수입물가는 8월보다 2.3% 올라 증가세로 돌아섰다. 8월 수입물가는 7월보다 4.4% 떨어져 1년 2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지만 국제 유가가 하락한 9월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
국제 유가는 8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2.99달러에서 9월 96.30달러로 14.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41.54원에서 1130.40원으로 8.5% 올랐다.
유가만 놓고 보면 수입물가는 떨어져야 하지만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로 반전된 것이다. 환율 변동 효과를 뺀 계약통화기준(외화표시 수입가격)으로는 9월 수입물가가 지난달 대비 5.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연평균 0.07%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국제 유가(유가가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0.02% 상승)보다 훨씬 큰 셈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은 유가 등 공급 충격으로 오는 비용 인상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있다”며 “장기적인 영향은 두고 봐야 하지만 특단기적으로 환율 변동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입 시점 등에 따른 추가비용과 이에 편승한 불안 심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