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환율 압박 덜어주자”
LG디스플레이에 전자회로 기판(PCB)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 급등(원화가치는 급락)으로 금, 구리 등의 원자재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바람에 수익이 급감했다. 올해 초 가입한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손실도 100억 원을 넘겨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A사는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한 거래 대금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다음 달부터는 월 120만 달러가량을 확보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자사(自社)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가 원할 경우, 원화가 아닌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상무는 16일 “수출 대기업은 주로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가공 원자재를 구매하기 때문에 달러가 필요 없지만, 정작 원자재를 직접 수입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점을 도와주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중소기업은 환율 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데다, 원자재 구입에 필요한 달러를 앞 다퉈 구하려다 보니 달러 부족으로 환율이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56개 중소 협력업체 중 원하는 곳에 대해 달러 결제를 적용 중이다. 이 회사에는 월 10억 달러가량이 유입되고, 이 중 절반인 5억 달러가량이 구매에 쓰인다.
달러를 받은 중소업체들은 이를 그대로 원자재 매입에 사용하기 때문에 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며, 해외 투자 시점을 결정할 때도 환율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 측은 “달러 결제는 기업이 보유 달러를 매도하는 것보다 더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라며 “이 제도가 국내 다른 주요 수출 기업으로도 확산될 경우 전반적인 환율 안정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