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타개(打開)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공격을 잘하는 사람이 타개도 잘한다. 공격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사가 있는 반면 돌을 살리는 타개의 묘미에 매료된 기사도 있다.
김성룡 9단은 후자에 가깝다. 우하 흑 두 점을 잡으며 실리를 챙겼으니 이제 우상 백 말을 타개할 차례.
거의 속기로 일관하던 김 9단은 흑 33을 보고 난 뒤 손길을 멈춘다. 8분여를 사용해 백 34, 36의 수순이 성립하는지를 살펴본 것.
흑 37로 버티고 백 38로 끊어 우상 접전은 점점 험악해진다.
흑 43이 좀 과했다. 백보다 흑의 모양이 취약한 만큼 그냥 늘어두는 정도로 자중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백 44도 실착. 흑 돌의 공배를 메우며 백을 보강하려는 수지만 참고도 백 1로 귀에서 수단을 부리는 편이 좋았다.
흑2로 먹여쳐 흑 12(2의 곳)까지 패가 되는데 백 17까지 백이 멋지게 타개한 모습. 더구나 흑은 귀의 백을 완전히 잡으려면 한 수 더 둬야 한다. 흑이 한 숨 돌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