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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금융구제안이 브라운 작품이라고?”

입력 | 2008-10-17 03:03:00


사르코지, ‘해결사 브라운’ 뜨자 “내가 제안한것” 신경전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유럽의 지도자 자리를 놓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알력을 빚고 있다고 16일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브라운 총리는 최근 ‘금융위기의 해결사’로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은행 지분을 매입해 은행을 부분 국유화하는 방안에 유럽이 동참했고 미국도 ‘브라운 모델’을 따랐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자신이 주선한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만들어진 금융안정책이 영국식 해법을 따른 것으로 보도되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영국의 구제금융안은 우리가 그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브라운 총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이 마련한 계획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줬다”며 “유럽은 위기에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영국식이 아닌 ‘유럽식 해법’의 성공임을 강조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유로존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사르코지와 브라운의 합작품”이라며 “브라운 총리가 유럽의 경제장관이었다면 사르코지는 유럽의 대통령 역할을 했다”며 사르코지의 역할을 애써 부각시키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새로운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미 이달 초 내가 제안했던 것”으로 “이는 영미식 모델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 같은 경쟁의식 탓인지 사르코지 대통령은 16일 EU 정상회의에서 포괄적인 경기부양책은 물론 역내 자동차산업 지원 방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