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농사짓는 부모 대신 받으면 부당
전문업체 위탁 후 땅주인이 받으면 적법
2006년과 2007년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진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이 소유한 땅에서 아버지가 농사를 지었다. 분가(分家)해 사는 김 의원은 아버지를 대신해 쌀 직불금을 신청해 아버지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처럼 자식이 실제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대신해 쌀 직불금을 신청하고 돈을 받아 부모님께 전해 준 경우도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해당할까. 농림수산식품부는 “엄밀히 따지면 그렇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쌀 직불금을 수령하는 대상자는 ‘대상 농지에서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으로 정해져 있다. 농촌에서 한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는 경우라면 가족 구성원 중 누가 쌀 직불금을 신청하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함께 농사를 짓는 식구가 아닌 가구원의 명의로 쌀 직불금을 신청하면 안 된다.
김 의원과 같이 자식이 소유하고 부모가 쌀농사를 짓는 농지에 대해 자식이 자기 명의로 쌀 직불금을 받아 부모에게 전달하는 사례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농사를 짓는 부모들이 서류 꾸미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데다 농지가 있는 지역의 읍면동사무소 직원들이 땅 소유주와 쌀 직불금 신청자가 같아야 좋을 것으로 생각해 자식이 신청서를 내도록 권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박현출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이런 경우에는 농지 소유가 자식 명의로 돼 있더라도 실제로 농사를 짓는 부모가 신청해야 한다”며 “내년에 쌀 직불금 신청을 받을 때는 일선에서 최대한 지도해 혼동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자식이 부모 대신 쌀 직불금을 받은 경우까지 사법처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어쨌든 지침을 위반한 것이므로 적발되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 쌀 직불금을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농지가 있는 지역에서 떨어져 사는 사람이 전문 업체에 농사를 맡긴 상황에서 쌀 직불금을 받았다면 어떨까? 이는 적법한 수령(受領)이다.
‘대상 농지에서 실제로 논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라는 쌀 직불금 지급 대상자 정의에서 ‘종사’의 의미는 실제 경작에서 경영, 일부 위탁 영농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유 농지에서 절반 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경작했다는 농지법상 ‘자경(自耕)’과는 다른 개념이다.
박 국장은 “위탁영농회사에 일을 맡긴 경우라 해도 자기 책임하에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면 쌀 직불금을 받을 자격이 된다”며 “그러나 임대차 계약을 하고 땅을 빌린 사람이 농사를 지은 것이라면 땅 소유주가 농사를 지었다고 볼 수 없고 직불금 수령 대상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위탁영농과 임대차 계약 사이에 애매한 점이 있다는 문제는 농식품부도 인정한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7일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대로 법이 바뀌면 이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새 개정안에 따르면 부부 합산으로 농업 외 소득이 35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쌀 직불금을 신청할 수 없다. 위탁영농을 할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규정에 따라 신청 자격이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시에 사는 자식이 부모를 대신해 쌀 직불금을 받는 경우도 역시 이 규정에 따라 대부분 쌀 직불금을 신청할 자격이 없어질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