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발 비행기서 위조여권 전달
유럽공항 내리면 한국관광객 행세”
“중국인 밀입국 희망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한국을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이드가 나눠주는 위조 한국 여권을 이용하는 겁니다. 도착 몇 시간 전에 받게 되는 위조 한국 여권에는 출국 도장과 사진 등이 기가 막히게 위조돼 있고 이들은 이때부터 ‘서류상 한국인’이 되는 겁니다.”
최근까지 여권 위조 조직에서 가이드로 활동했던 A 씨의 말. 가이드는 위조 여권을 나눠주고 밀입국을 위한 환승을 도와주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미국 영국 호주 등으로 밀입국을 희망하는 중국인들 중 상당수가 한국을 경유하고 위조 한국 여권을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이 여권 위조와 밀입국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한국 여권의 위조 및 거래 실태’ 기사를 보고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한국 여권을 이용한 밀입국 실태에 대해 털어놓았다.
▶9월 24일자 A12면 참조
“한국여권 삽니다” 수천달러 뒷거래
A 씨에 따르면 위조 한국 여권의 최대 수요층은 돈을 벌기 위해 선진국 밀입국을 희망하는 중국인과 조선족. A 씨는 “위조 한국 여권을 이용하는 중국인의 60% 정도가 미국행을 원하고 나머지는 영국과 호주 밀입국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찰청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이들 영미권 국가는 한국인보다 중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가 훨씬 까다롭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쿠바 여행을 가장한 밀입국. 이들은 한국 프랑스를 거쳐 쿠바로 가야 하지만 한국을 경유해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이드로부터 위조 한국 여권을 받는다. 프랑스 입국심사 때 프랑스 방문 한국인으로 행세하는 것이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7∼10일 머문 뒤 철도를 이용해 영국으로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와 브라질 등 남미권 나라로 들어간다. 남미권에서 자동차나 배로 미국 밀입국을 시도한다.
A 씨는 “한국 여권만 있으면 프랑스, 영국, 멕시코 등의 입국심사를 통과하는 건 정말 쉽다”며 “중국인 밀입국 희망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여권의 위력이 잘 알려져 있어 1인당 약 7만5000달러(항공료 등 포함한 밀입국 전체 비용·조선족은 4만∼5만 달러)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위조 한국 여권의 60%는 한국 내 노숙자와 실업자들에게서 구입하는 것이고 40% 정도는 해외 유학생, 배낭여행객, 교포 등을 대상으로 구입하거나 훔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도 위조 여권을 이용한 밀입국에 대해 경각심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위조 한국 여권을 이용한 밀입국 중국인 검거는 확실한 첩보를 바탕으로 보통 3, 4개 나라의 경찰과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외국 항공사 비행기의 경우 수사권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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