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를 보는 묘미 중 하나는 페르시아와 우리 고대 문화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사산 왕조 페르시아(226∼651년) 시대의 대표 유물인 사냥무늬 은접시(지름 28.3cm·사진)는 고구려 고분 벽화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
이 접시는 왕이 말을 타고 달리며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조각했다. 왕이 칼을 찬 채 뒤로 돌아 사자를 향해 활을 겨누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왕이 탄 말을 장식한 화려한 말갖춤도 인상적이다.
이런 구도는 파르티아(기원전 247년 이란계 유목민이 세운 국가로 서기 226년 사산 왕조 페르시아에 의해 멸망)식 활쏘기의 전형적인 구도인데,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바로 고구려 고분 무용총의 벽화인 수렵도다. 수렵도에서 호랑이와 사슴을 사냥하는 궁수 역시 페르시아 은접시의 왕처럼 말을 탄 채 뒤로 돌아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고대 동서 문명 교류의 증거다.
사산 왕조 페르시아 시대에 왕의 사냥은 국가 의례였다. 왕의 용맹스러운 사냥 모습을 조각하는 것은 국가 의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은제 접시에 도금한 흔적도 보이는데, 이는 페르시아의 대표적 금은 세공법으로, 왕의 식기를 만들 때 특히 많이 사용했던 방법이다.
국립대구박물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1688-0577,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