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초반 실점 극복 빠른 발·뚝심으로 대역전…삼성 고비마다 실책연발 자멸
○ 에니스 vs 랜들 오늘 PO 2차전 선발 빅뱅
두산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먼저 웃었다. 삼성은 믿었던 수비에서 틈을 보이며 자멸했다.
두산은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특유의 발야구와 뚝심을 앞세워 삼성에 8-4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은 승부가 갈린 7회 안타 한방 없이 볼넷 3개와 삼성의 어설픈 수비를 묶어 3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삼성은 박진만 2개(7회), 최형우 1개(6회) 등 실책만 3개를 저지르며 유리한 흐름을 살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24회의 PO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횟수는 총 18회(75%)였다. 올해처럼 7전4선승제로 치러진 5차례의 PO에서는 1차전을 잡은 3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산 김경문 감독의 ‘히든 카드’로 1차전에 2번 1루수로 선발출장한 오재원은 4타수 2안타 2득점 1타점을 올리며 한국야구위원회(KBO) 선정의 데일리 MVP(상금 100만원)를 거머쥐었다. PO 들어 마무리에서 불펜으로 이동한 두산 정재훈은 이날 3-4로 뒤진 5회 1사 후 3번째 투수로 등판, 2.2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정재훈의 포스트시즌 첫 승(2세이브)이다. 두산 톱타자 이종욱은 4타수 3안타 1득점을 올렸다.
초반 분위기는 단연 삼성이 압도했다. 3회 선두타자 신명철과 1번 박한이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삼성은 2번 조동찬의 볼넷에 이어 3번 양준혁-4번 진갑용의 연속 우전적시타로 2점을 뽑았다. 5번 최형우가 바뀐 투수 이혜천에게서 밀어내기 사구로 3점째를 뽑으면서 싱겁게 승부가 갈리는 듯했다. 그러나 삼성은 계속된 무사 만루서 7번 채태인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삼성의 탄탄한 불펜진을 고려하면 4득점도 만족스러울 법했지만 두산의 방망이와 발을 상대로는 아쉬운 점수였다.
두산의 반격은 재빨랐다. 4회 선두타자 오재원의 중전안타로 포문을 연 뒤 홍성흔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고영민의 1타점 우익선상 3루타, 이대수의 우중간적시타로 단숨에 3점을 따라붙었다. 5회에도 우전안타로 출루한 선두타자 전상렬을 오재원이 중전적시타로 홈으로 불러들여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경기 전 삼성 선동열 감독은 “우리 불펜은 이길 때 쓸 수 있는 투수들은 훌륭해도, 한점차로 지고 있거나 동점일 때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 오히려 두산에는 3이닝 정도 던져줄 수 있는 롱릴리프가 3명이나 있어 우리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 말이 들어맞았다. 선발 김선우(2이닝 4안타 3볼넷 4실점)를 3회 일찌감치 내린 두산은 이혜천(2.1이닝)-정재훈(2.2이닝)-이재우(2이닝·이상 무실점)로 완벽하게 삼성 타선을 봉쇄, 7회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은 7회 무사 만루서 김동주의 얕은 플라이를 삼성 우익수 최형우가 정석대로 잡지 않은 틈을 파고들어 3루주자 이종욱이 결승득점을 올린데 이어 유격수 박진만의 실책 때 2루주자 김현수가 재치있게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은 덕에 7-4로 달아나며 승리를 예고했다.
2차전은 17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삼성 존 에니스, 두산 맷 랜들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PS키워드 : 디펜스(Defence)
흔히 전력을 따질 때 투수력과 공격력을 2대 축으로 둔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인 것이 수비다. 특히 큰 경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비에서 실책이 나오면 공격력과 투수력 2가지의 전력지표가 무용지물이 될 때가 많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수비에서 승부가 갈렸다. 4-4 동점인 7회말 무사만루서 김동주의 짧은 외야플라이를 우익수 최형우가 판단미스를 범해 결승점을 헌납했고, 홍성흔의 타구를 3루수 조동찬이 떨어뜨렸다 잡으면서 3루주자가 득점했다.
이어 고영민의 타구를 유격수 박진만이 놓친 뒤 망연자실하게 고개를 숙이다 2루주자 김현수가 홈을 파고들었다. 삼성의 수비가 구멍나면서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도 무너졌다.
잠실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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