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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마무리서 구원으로, 어디선들 못막으랴!’

입력 | 2008-10-17 08:15:00


정재훈 5회 투입…2.2이닝 무실점 역투 ‘PS 생애 첫 승’

그는 한 때 구원왕까지 차지했던 ‘잘 나가는 소방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에게 ‘불안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팀 붙박이 마무리는 그였지만 결정적일 때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그런 그에게 때론 2군행을 명하기도 했고, 선발로 보직을 바꾸는 시험을 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본인도 자신의 소방수 자리가 위태롭다는 걸 이미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13일 잠실 훈련 때 만난 그는 “아무 보직이든 상관이 없다. 선발이면 선발, 불펜이면 불펜, 내가 나갈 때 내 몫만 충분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꼭 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비록 평소의 마무리 자리는 아니었지만 불펜으로 등판,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놓는 알토란같은 피칭으로 팀에 귀중한 1승을 선사했다.

두산 정재훈(28·사진)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4로 뒤진 5회초 1사에서 등판, 2.2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구원승을 기록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 8회 이재우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9타자를 맞아 단 1안타만을 허용했고, 삼진은 2개나 잡았다. 추격 기회를 엿보던 두산 타선은 그의 호투에 힘을 얻어 동점에 역전을 성공시켰고, 그는 1차전 승리 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경기 후 “기분이 너무 좋다. 내가 승리를 딴 것보다 뒤지던 팀이 역전승을 한 게 무엇보다 좋다”고 소감을 밝힌 정재훈은 “내가 편한 보직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보직은 상관이 없다. 오늘 같이 이기는 게임에서 내가 팀에 보탬을 줄 수 있는, 그런 보직이 내게 제일 좋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프로 입단 후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다. 2005년에도, 지난해도 너무 아쉬웠다. 이번에는 그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잠실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사진 =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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