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16일 잠실구장. 두산 유재웅(28·사진)은 무척 들떠 있었다. 두산은 경기 전 전광판에 올 시즌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을 틀었는데, 그 중 9월19일 사직 롯데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재웅은 9회에 동점 2점포를 터뜨리면서 두산이 3연전을 싹쓸이하는 데 숨은 공을 세웠다.
유재웅은 “내가 그 한 방을 터뜨려서 코르테스가 무너진 것 아닙니까. 한국 와서 첫 실점이라면서요. 정말 중요한 홈런 이었어요”라고 신나게 자화자찬을 했다. 화면에 그 때 모습이 등장하자 취재진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기분을 내기도 했다. 그러더니 계속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김동주나 홍성흔 한테 맞았다면 아무 일 없었겠지만, 나처럼 ‘평범한 타자’한테 홈런을 맞았으니 코르테스도 충격이 오래 갈 수밖에 없어요.” 결국 두산의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직행에 자신이 단단히 한 몫 했다는 자부심이었다.
유재웅은 이미 그 홈런에 이름도 붙였다. 일명 ‘생명 연장포’. 위태롭던 팀 내 입지를 이어가는 데 일조했다는 얘기다. 물론 자조가 섞였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 유재웅은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치면 더 연장될지도 모르죠”라며 자리를 떴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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