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제목은 출판의 위기를 바라보는 저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호주 시드니 매콰리대 미디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책은 죽지 않았다”고 고집하기보다는 “책이 죽을 만큼 위기”인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저자가 지적한 호주의 ‘책 위기’는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 위기 속에서 진정한 책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책을 “죽을 만큼 위기”로 몰았는지 탐구한다.
영화 잡지 신문 음악 비디오게임 인터넷…. 수많은 미디어 속에서 책은 정보의 유통과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책은 많이 출간되고 서점은 대형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진짜 책보다 책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안티 책’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때그때 유행을 좇는 텔레비전 쇼 같은 책들, 다이어트 안내서,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계발서처럼 오로지 많이 팔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이다. 저자는 이런 책들은 “사상을 탐구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책 문화(book culture)’와 상관없다”고 말한다.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은 문화를 개조하는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과 책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수익을 남겨야 한다는 사람들이 이뤄온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이 글을 쓰지만 “반복 악절이 완전한 교향곡이 될 수 없듯 블로그는 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 블로그는 느긋하고 사려 깊으며 충분한 사고를 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은 사상을 쓰고 읽고 편집해서 출판하는 과정을 통해 가치 있고 인간적인 대화를 지속시키는 사상 기계(ideas machines)다. 책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책의 역할과 소통 기능은 보존돼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주제로 한 책 중에는 책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한눈에 조망한 ‘책, 문명과 지식의 진화사: 파피루스에서 e-북, 그리고 그 이후’(플래닛미디어)가 있다. 파피루스, 양피지에 이어 종이의 발명으로 급격히 발전한 인쇄술, 전자 테크놀로지를 통한 책의 새로운 모습 등 책의 오랜 역사를 조명한다.
‘책읽기의 달인-호모부커스’(그린비)는 출판평론가 이권우 씨가 진정한 독서에 대해 얘기한 책이다. 저자는 인생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통을 위한 책읽기 방법으로 느리게 읽기, 깊이 읽기, 겹쳐 읽기, 토론과 쓰기가 어우러진 책읽기를 강조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전 2권·들녘)는 독일의 작가인 뫼르스의 판타지 소설. 가상의 대륙에 사는 큰 도마뱀 힐데군스트가 고서점과 불법서점들만 5000군데가 넘는 책의 도시 ‘부흐하임’을 찾아간 이야기다. 창조 작업에 대한 작가들의 절규, 돈 되는 책만 만드는 출판사들의 이야기가 소설로 녹아들었다.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생각의나무)는 유럽 구석구석 24곳의 책마을을 찾은 순례기. 책마을은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많이 모여 있는 동네다. 마을 주민들이 책마을 잔치를 여는 스위스의 한 마을 등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