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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동화속으로”… 열두살 소년의 상처치유 여행

입력 | 2008-10-18 03:00:00


◇ 잃어버린 것들의 책/존 코널리 지음·이진 옮김/444쪽·1만3800원·폴라북스

엄마가 병으로 죽은 뒤 ‘데이빗’은 ‘습격’을 당해 기절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습격이란 것은 주로 이럴 때 찾아온다. 아버지가 로즈란 여자를 소개해주며 다정히 구는 것을 볼 때, 혹은 로즈가 자신의 동생을 임신했다는 말을 전해줄 때, 그래서 결국 두 사람이 결혼할 것이라고 말할 때.

책을 읽는 것으로 현실을 외면하고자 했던 데이빗은 몇 가지 이상한 증상을 함께 느끼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책이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소란스럽게 떠들고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한다. 불행히도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작품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열두 살 소년이 무궁무진한 동화 속 세계를 탐험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모험담이다. 이 환상적인 모험담 속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 ‘빨간 모자와 늑대’ 등의 동화와 신화들이 뒤틀리고 변형된 형태로 등장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 아버지의 재혼과 함께 런던 북서부의 웅장한 대저택으로 이사를 간 데이빗은 폭격이 심하던 어느 날 지하 정원에 난 벽돌담의 구멍을 통해 낯선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구해달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숲에는 늑대인간, 백설공주와 난쟁이들, 무서운 용 등 온갖 동화 속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와는 이야기가 사뭇 다르다. 빨간 모자가 순진하고 사심 없는 늑대를 유혹하고,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에 갇힌 채 구조를 요청했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떠올리게 하는) 엄마는 사실 새엄마 로즈의 모습을 한 괴물이었다. 데이빗은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지배하는 왕이 가지고 있다는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계와 왕의 정체는 무엇이며, 데이빗은 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또 ‘잃어버린 것들의 책’이란 어떤 이야기를 담은 책일까.

갖가지 위험을 헤치며 데이빗은 의문을 하나씩 해결하게 되고 그와 함께 새엄마, 이복동생,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나 분노도 풀게 된다. 환상세계의 체험을 통해 상처와 아픔을 극복해가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함과 따뜻한 감동을 함께 안겨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