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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돈스쿨? 커져가는 한숨소리

입력 | 2008-10-18 20:31:00


로스쿨은 ‘돈스쿨’이다?

내년 3월부터 문을 여는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첫 원서접수가 6일부터 10일까지 시행됐다. 국내 로스쿨은 각 전문 분야별로 3년 과정의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현재 사법시험은 2017년에 폐지된다. 본격적인 로스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스쿨 입학은커녕 그 준비과정에서부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수험생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역전’을 노리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로스쿨을 준비과정에서 다니는 학원수강료만 한 달에 160만원에 이르는 곳이 있다. 학원비를 포함해 시험 준비 과정에서도 엄청난 돈이 들어갔는데도 입학 후에 들어가는 등록금 등의 비용은 이 보다 훨씬 크다. 이로 인해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로스쿨 수험생들을 만나봤다.

◆비싼 학원비

로스쿨준비생인 K대 최모(26,학생)씨는 8월에 치러진 첫 법학적성시험(LEET)을 치렀다. 이 시험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한 반드시 치러야할 시험이다. 이 시험 점수를 가지고 각 대학의 로스쿨에 지원한다. 일종의 ‘로스쿨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격이다.

그는 “로스쿨 준비기간 동안 교재와 독서실 및 학원비로 한 달에 85만원씩 들어갔다. 자취비 및 다른 생활비까지 포함해 한달에 약 200만원가까이 들었는데 이 돈을 모두 부모님께 타서 쓰기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LEET 학원은 크게 3개 과목(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 들 과목을 모두 수강할 경우 수강료는 한달에 약 63만원~165만원에 이른다. 서울 강남 학원을 기준으로 한 이 수강료는 학원마다 큰 차이가 있다.

최씨의 경우 학원에서 강의하는 세과목 중 논술을 수강했다. 이 수강료만 한 달에 35만원이 들었다. 교재와 독서실비로는 한달 50만원이 들었다.

자취를 하고 있는 그로서는 다른 생활비까지 감안해야했다. 그는 결국 LEET 비용 외에 식비 30만원 및 자취에 필요한 생활비와 학원비를 모두 포함해 한 달에 약 175만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부모님께 돈을 타서 쓰는 최씨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액수였다.

그러나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학원이 수강료를 더 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두 달에 70만원인 이 수강료도 곧 올릴 예정이라고 학원 측이 밝혔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러나 자신은 ‘저렴하게’ 준비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경우 한 달에 학원비로만 100만원 이상 씩 쓰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는 “스터디를 함께 준비하던 사람 중엔 강남 모 학원에 한 달에 수강료 100만원씩을 내고 준비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직장인들은 학원을 다닐 시간이 없어 주로 스터디그룹을 결성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반면 학생들을 비롯해 직장을 다니지 않고 로스쿨 준비에만 전념하는 사람들은 서울 강남, 신림동이나 신촌에 위치한 로스쿨 학원으로 간다. 최씨는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위해 본인 뿐 아니라 부모 혹은 가족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상취재 : 동아닷컴 정주희 인턴기자

◆비싼 등록금

이미 LEET시험을 치른 최 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로스쿨 입학 후에도 발생할 학비 문제를 생각하면 부모님께 부담스럽고 죄송스럽다”고 했다. 로스쿨에 입학한 후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연간 등록금은 900만~2000만원에 이른다.

그는 “로스쿨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문제를 봤을 때 일반 서민층에서는 좀 부담스러운 비용이다”고 밝혔다. 최 군은 “꼭 학비 문제 때문은 아니지만 집 근처에 있는 지방 국립대로 원서를 접수했다”며 “하루빨리 성공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속마음을 비쳤다.

각 법학전문대학원들이 내놓은 연간등록금은 다음과 같다.

(단위: 명, 만원)

◆비싼 비용으로 중도 포기 속출

로스쿨을 준비하다 학비문제로 그만 둔 직장인도 있다

공무원 황모(31)씨는 로스쿨 발표 후 지난해 10월부터 로스쿨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를 하다 보니 일과 겹쳐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3년간 부모님께 손을 벌리자니 장남으로써 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했다. 황씨는 결국 로스쿨을 포기했다.

그는 “나와 같이 준비하던 선배는 집안의 생활비를 대는 가장이다. 그는 연봉 6000만원을 받는 회사를 포기하고 로스쿨 준비를 택했다”며 “고려대 및 연세대, 성균관대 로스쿨 연간 등록금이 1900만~2000만원이다. 3년간 학비만 해도 5700만원이 넘는다. 이뿐만 아니라 교재비와 생활비까지 따져봤을 때 3년간 2억 정도가 드는 걸로 추정된다. 선배는 자신이 그 기간에 벌 수 있는 1억 8000만원을 포기하고 대신 2억원을 들일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기회비용이 너무 막대하다는 설명이다.

황씨는 로스쿨 준비를 그만두면서 “로스쿨에서 3년 후 20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된다고 했을 때 지금도 변호사 시장이 좋지 않은데 과연 개인들이 그만큼 투자한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B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서접수처에서 만난 한 로스쿨준비생은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는 “학비 자금은 없지만 로스쿨 최종에 붙게 된다면 대출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이도 많다. “부가 재분배되지 않는 것처럼 지식도 재분배가 되지 않고 있다”며 전문 지식의 중요성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에 필요한 많은 비용 때문에 결국 돈많은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았다.

“옛날과 다르게 지금은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기회조차 없다”고 말한 한 수험생은 “솔직히 지금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로스쿨 학비 때문에 아예 접수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대출도 어느 정도 경제력이 받쳐 줘야 받을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학교마다 장학금을 준다고는 하지만 장학금 혜택을 주는 곳은 대부분 지방대이다. 소위 명문 학교를 나와야 졸업 후에 잘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명문대는 연간 등록금이 200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1년에 수천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돈이 많이 드는 로스쿨 제도로 인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피해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험생들 상당수는 로스쿨제도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바로 비싼 비용 때문이다. 결국 경제력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법조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원비와 등록금이 비싼 이유

현재 로스쿨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 강남 H학원의 문형선 부원장은 높은 학원비의 원인 중 하나를 ‘컨텐츠 개발 비용’으로 꼽았다. 문부원장은 “사법고시 등 일반 고등고시 쪽은 기존 문제 사례들이 많고 기본적인 자료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문제당 개발비가 5~10만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LEET는 올해가 첫 시험이라 기존 고등고시 컨텐츠 개발 비용에 비해 비용이 4~5배가 들어간다는 것. 그는 “사시와 다르게 LEET는 교재 및 모의고사, 각 선생님들의 보충자료에 필요한 새로운 문제를 항상 제공해야 한다. 다른 과목들처럼 단순 강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학원들마다 문제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는 연구소를 두고 있다는 설명. 이 학원의 경우 지난해 여름부터 1년 동안의 문제개발 투자비만 해도 15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용을 들이다보니 결국 강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대학도 비슷했다. 고려대학교 하태훈(법학전문대학원설치단 부단장)교수는 고액의 등록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인가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설들을 갖추고 학생과 교수의 비율은 1:12가 되도록 해야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학교가 투자한 비용이 학생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로스쿨을 입학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계층은 법조계에 진출하기 위해서 로스쿨 입학이 필요조건인 것에 대해 비난을 한다. 만약 대학입시가 이렇다면 학생들이 교육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대학교육이 아니고 전문 직업교육이기 때문에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하교수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학생들도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생들이 로스쿨에 진출할 수 있는 범위를 계속 넓혀 나가야겠죠.”

◆대안 모색

하교수는 이와 함께 기부금의 확대와 이를 토대로 한 장학금 제도의 확충을 말했다. 그는 “학교의 재정조건이 좋아지려면 등록금을 높이는 길뿐만 아니라 기부금도 하나의 해결책이다. 기부금을 장학금으로 돌려 재정적인 문제로 전문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을 막아야한다. 각 법학전문대학원들은 등록금 이외의 재정확충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며

인터뷰 과정에서 만났던 많은 수험생 및 학원관계자, 교수들은 로스쿨에 드는 비용이 비싸는데에는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입장은 모두 달랐다. 학원과 대학은 이제 막 출발을 앞둔 로스쿨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학원비와 등록금이 비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한숨소리는 크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비싼 비용으로 인해 로스쿨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사회 전 계층에게 골고루 주어지지 않는다며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법조인이 되기 위한 로스쿨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었다. 이들은 보다 많은 이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