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LED로 승부수… 그룹 내 일사불란한 역할분담
지열 이용 냉난방 시스템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도 박차
《LG그룹의 지난해는 ‘화려한 해’였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들이 경쟁하듯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올해 LG는 새로운 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신(新)성장 엔진은 이른바 ‘그린 비즈니스’다.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발광다이오드(LED), 지열 연계 냉난방시스템, 하이브리드자동차용 전지 등 친환경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과 LED는 그룹 내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어느 그룹보다 강력한 경쟁력으로 무장했다.》
○LG의 새 엔진 태양광과 LED
2005년부터 태양광발전(發電)사업에 뛰어든 LG그룹은 최근 LG화학, LG실트론, LG전자, LG CNS, LG솔라에너지 등의 역할 분담을 확정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그만큼 태양광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LG화학이 태양광발전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조하고 이를 LG실트론이 받아 웨이퍼로 만들면 LG전자가 웨이퍼를 가공해 태양전지 셀과 모듈을 만들게 된다. 이어 LG CNS는 태양광발전소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LG솔라에너지가 태양광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LG솔라에너지는 지주회사인 ㈜LG가 태양광사업을 위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LG그룹은 최근 가격이 치솟고 있는 폴리실리콘 및 태양전지 셀 등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원재료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독일 태양광 에너지 전문회사인 코너지(Conergy)그룹과 태양전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LG화학은 폴리실리콘을 2010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솔라에너지는 6월 말 충남 태안군 원북면 일대 30만m²에 1100억 원을 투자해 순간 발전용량 14메가와트(MW)급 태양광발전소를 완공했다.
LG의 한 임원은 “LG그룹은 앞으로 태안 이외 지역에도 태양광발전소를 지속적으로 건설해 태양광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LG솔라에너지, LG전자, LG CNS 등 태양광발전 관련 계열사 임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이 TF팀은 태양광발전의 최적 조건을 연구해 그 노하우를 개인 및 중소 태양광발전 사업자에게도 전수할 계획이다. 태양광발전의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LG는 최근 LED사업의 수직 계열화도 완성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LED는 전압을 가하면 빛을 내는 반도체로 전기에너지의 90%가 빛으로 전환될 정도로 광(光)효율이 높아 ‘빛의 혁명’ ‘꿈의 조명’ 등으로 불린다.
LG이노텍이 올해 들어 휴대전화 및 노트북용 LED모듈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TV용 LED모듈을 양산함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이 모듈을 받아 LCD패널을 만들고 LG전자가 그 패널을 받아 TV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LED는 기존 LCD의 광원(光源)인 백라이트 유닛(BLU)의 소재로 사용되던 냉음극형광램프(CCFL)와 비교해 전기 소모량이 적으며 수은 등 형광물질도 쓰지 않는다.
LG 측은 “고유가, 친환경 시대의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는 LED를 적용한 LCD 전자제품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LED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에너지 신사업 육성
LG그룹은 지열, 가솔린을 대신할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지열 히트펌프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냉난방시스템 등 태양광 이외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열 히트펌프란 땅 속 온도가 외부 환경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것을 이용해 더운 여름에는 실외온도보다 낮은 온도의 공기가, 추운 겨울철에는 실외 온도보다 따뜻한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게 만든 냉난방시스템이다. LG 측은 “땅 속의 안정적인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30∼5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고유가 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용 중대형전지 분야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내년 하반기(7~12월) 국내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하이브리드카 ‘아반떼’에 리튬 폴리머전지를 공급할 업체로 LG화학이 단독 선정된 것이다.
LG화학은 또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으로 불리는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사업에도 진출했다. BIPV는 창호나 벽면, 발코니 등 건물의 외관에 태양광발전 모듈을 장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건축물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외장 시스템이다. LG화학은 최근 굵직한 BIPV공사를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스텔스’ 구본무▼
소리없이 사업지휘 - 현장경영… ‘LG엔진 1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소리 없이 강한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자주 듣는다.
구 회장의 이런 스타일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 및 추진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올해도 ‘소리 없이’ 움직이면서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등 그룹의 ‘그린 비즈니스’사업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구 회장은 4월 초 “올해는 LED 사업이 LG의 새로운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 마련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LG의 한 임원은 “구 회장은 4월 LG이노텍의 광주사업장을 방문해 LED 생산라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며 “LED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장경영을 펼친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는 충남 태안의 LG 태양광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았다. 발전소는 9월 준공됐다. LG 관계자들은 “구 회장은 화려한 준공식 행사 등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고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는 조용한 발걸음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당시 구 회장은 태안 건설현장에서 “신재생에너지는 환경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이자 유망한 사업 분야”라며 “태양광발전 사업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특히 태양광 모듈 등 사업 비중이 큰 분야는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다.
신성장동력 추진 행보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9월 18일(현지 시간) 러시아 소치의 총리공관 별장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글로벌 기업 대표들 간 간담회에 참석해 LG가 추진 중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달 10일에는 LG화학의 오창테크노파크를 방문해 2차전지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특히 LG가 친환경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하이브리드카용 중대형전지 생산라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상용화 시기를 묻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LG 측은 “LG화학의 전지사업이 최근 휴대전화 및 노트북용 수요 증가로 24시간 가동하며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자 격려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라며 “구 회장은 전지 생산라인 팀장들과 식사를 같이하며 현장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기존의 화학 및 전자사업 토대 위에 액정표시장치(LCD)와 이동통신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보태 LG의 지속 성장을 이끌고 있다.
LG의 새로운 엔진인 ‘그린 비즈니스’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