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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keting…드림+마케팅 “소비자의 꿈과 함께 합니다”

입력 | 2008-10-20 02:56:00


승무원으로, 호텔리어로, 마도로스로…

상품 자체보다 브랜드에 담긴 꿈 강조

긍정적 메시지로 불황기 마케팅 효과

1990년 당시 19세 여고생이었던 정행자 씨는 항공사 승무원의 꿈에 부풀어 인하공업전문대에 지원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어머니는 의상실에서 흰 블라우스와 검정 스커트를 맞춰주셨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 재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눈물을 흘리며 꿈을 접어야 했다.

그 후 18년이 흐른 지난달 말. 정 씨는 마침내 승무원복을 입었다. 어머니와 당시의 정 씨를 닮은 10대 딸도 함께 입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3대 모녀의 승무원 체험’ 이벤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한동안 잊었던 꿈을 되찾아줘서 고맙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가 꿈꾸는 직업을 맛보도록 하는 ‘드림케팅(꿈+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상품 자체보다 상품이나 브랜드에 담긴 꿈과 이야기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드림케팅으로 홍보효과와 함께 기업시민의 역할도 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올리고 있다.

○ 효과적 사회 공헌과 홍보의 역할

요즘 직업을 내세운 드림케팅에 참여할 수 있는 고객은 꿈을 추억하는 주부부터 한창 꿈을 키우는 아동까지 다양하다.

한화그룹은 최근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와 함께 야구선수, 치어리더를 체험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 직업을 꿈꾸는 80여 명의 어린이는 1박 2일 간 한화이글스 야구단의 운영방식을 지켜보고 직접 응원에 참가해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서울플라자호텔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호텔리어 체험 행사도 열었다. 이경운 한화사회봉사단의 차장은 “직업체험 활동은 별도의 투자 없이 사업장을 있는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기업으로선 효과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드림케팅은 기업 간 거래(B2B) 회사엔 모처럼 소비자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다.

현대상선은 최근 어린이 25명과 함께 부산항에 정박 중인 컨테이너선 ‘현대 하이니스호’에 올랐다. 미래 선장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넓은 바다와 거대한 선상 생활을 체험하도록 한 행사였다. 이 회사는 이런 기회로 예비 상선 인재를 키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GM대우자동차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3박 4일간 ‘오토캠프’를 연다. 연료전지차 시승 프로그램, 연구원의 특강 등으로 미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 김명기 GM대우차 CI팀 차장은 “이 행사는 이미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쫙 퍼졌다”며 “외국계 기업에 대한 이질감을 한국 자동차과학에 대한 희망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기업과 상품에 대한 호감도 높이고 소비심리 키워

전문가들은 고객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드림케팅이 불황기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깨울 수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메시지는 기업과 상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때문.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드림케팅은 소비자가 특정 기업이나 상품에 애착을 갖도록 하기 때문에 특히 불황기에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림케팅의 ‘행복 바이러스’는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대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손수제작물(UCC)과 함께 입소문 마케팅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고객을 참여시키는 드림케팅으로 신뢰 있는 평판을 널리 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