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와 은행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문제가 국내 증시를 괴롭혔지만, 이제는 국내 내부적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계속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 확대와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 외화유동성 부족에 따른 은행자금 압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이나 아시아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 정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장기보유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달러 및 원화 유동성 추가 공급 등이다. 이와 더불어 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였고, 향후 부동산 미분양 문제 등과 관련된 대책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디폴트 위험이 높아지면서 패닉에 빠져 있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대책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소득공제와 관련된 부분이다. 과거 국내 증시가 고점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때마다 근로자 장기증권저축 등의 형태로 한시적으로 등장했던 정책이다.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서 주가가 심한 바닥권일 때 주로 도입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도입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상승세로 전환한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한때 주식시장에서는 정부가 주식저축 소득공제 대책을 내놓으면 그때가 바닥이라는 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주가가 급락해야 나오는 정책이라 자주 만나고 싶은 정책은 아니지만, 일단 급락한 상황에서는 세제혜택 소식이 반가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융위기에서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경기지표 발표가 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발표되는 경제지표 중 중요한 것으로는 유럽의 제조업, 서비스업지수와 한국 영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그리고 미국의 주택가격지수와 기존 주택 매매건수가 있다. 현재 글로벌 경기가 동반 급랭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수치가 발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 해결의 열쇠인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지난주 주택 착공 건수가 17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어 주택 경기의 개선, 또는 침체 완화 여부가 큰 관심거리다.
국내에서는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굵직한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주가가 급락한 상태인 만큼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더라도 주가에 주는 충격은 덜할 것이다. 관건은 이후 실적에 대한 전망이다. 따라서 3분기 실적 자체보다는 회사별 실적 가이던스와 시장 컨센서스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이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나서면서 일부에서는 당장 주가가 바닥을 찍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가치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버핏이 움직일 정도로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버핏일 수는 없기 때문에 남이 한다고 나도 따라가는 식의 투자는 곤란하다. 섣불리 달려들기보다는 산업 사이클상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종목이나 내재가치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된 종목을 차근차근 선별한 후 여유를 가지고 대응해야 할 시기다.
정 영 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