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아침, 하늘에 떠 있는 밝은 해를 보면 한순간 허공과 해와 바라보는 내가 하나가 된 느낌이다. 해가 내게 쏟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허공에 끌려 들어가는 듯한 뭔가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나의 존재와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번뜩 스쳐간다.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됐다. 자연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생각은 동서양이 비슷해서, 땅 물 불 공기 등 4개의 성분이 결합하여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은―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기본입자는 분자이며, 분자는 원자로 구성돼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다는 과학실험의 발견으로―자연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입자물리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물질은 전자와 같은 6개의 경입자와 핵을 이루는 데 기여하는 6개의 쿼크, 그리고 이들 쿼크와 경입자 사이를 매개하여 힘을 전달하는 입자(빛 입자와 글루온 등)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쿼크나 전자를 본 사람이 있을까? 없다. 이들 근본입자는 너무 작아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근본입자가 존재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우리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실험검출기를 사용해서 알 수 있다.
이번에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건설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의 유럽 과학자 두뇌 유출을 막고 유럽 과학자가 단합하여 세계 최고의 기초물리학 연구를 하도록 1954년에 유럽 12개국이 모여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 세운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나라가 이룬 과학계 최초의 성공 모델이며 유럽인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CERN에는 유럽 2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미국을 비롯한 8개 기관이 옵서버로, 세계 35개국이 비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CERN은 빛의 속도의 0.999999991배 속도로 날아가는 양성자와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지구 최대의 LHC를 건설하여, 10월 21일 CERN 회원국 수반(대통령, 총리 등)과 비회원국 수반 또는 장관을 초대하여 LHC 완공 축하기념식을 가지려 한다. 대한민국은 비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LHC는 스위스 제네바 근교의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지하 50∼175m에 건설된, 원주 길이 27km의 매우 큰 강입자 충돌가속기이다. LHC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대략 137억 년 전, 우주 생성 직후인 10억분의 1초에 해당하는 순간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태초의 우주생성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물리학계뿐만 아니라 국내외 언론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LHC 실험을 통해서 새로 발견하고자 하는 입자는 힉스입자, 초대칭 입자, 암흑물질, 초소형 블랙홀, 4차원 이상의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중력자가 있다. LHC에서 생성될 자료는 방대하여 CERN 컴퓨터만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므로 인터넷에서 더욱 발전한 그리드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전 세계에 퍼진 컴퓨터를 한데 묶어 사용한다. 세계에 퍼져 있는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듯이, 새로 개발한 그리드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전 세계의 컴퓨터 자원을 마치 한곳에 있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위의 연구주제는 인류의 근본적인 의문인 우주의 존재와 생성 비밀을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초대칭 입자, 암흑물질, 초소형 블랙홀, 4차원 이상의 차원에 의한 중력자 등 새로운 입자의 발견은 기존 물리학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의 탄생을 예고한다.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더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다.
최영일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한국 LHC-CMS 실험 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