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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一登一陟一回顧, 我脚高時他更高

입력 | 2008-10-22 03:00:00


登(등)은 오르다의 뜻이다. 두 발로 받침돌을 밟은 것을 나타냈다. 陟(척)도 오르다의 뜻이다. 언덕을 가리키는 부(부)와 두 발로 걷는 모습을 나타낸 步(보)를 합했다. 進陟(진척)은 목적한 대로 나아감을 뜻한다. 승진의 뜻도 있으니, 黜陟(출척)은 내쫓음과 승진시킴을 가리킨다.

回(회)는 물살이 도는 모양을 본떴다. 돌다 또는 되돌리다의 뜻으로 回轉(회전)이나 回歸(회귀)처럼 쓰인다. 顧(고)는 고개를 돌려서 보는 것이다. 의미요소인 頁(혈)은 首(수)의 옛글자로 머리를 가리킨다. 보살피다 또는 관찰하다의 뜻, 三顧草廬(삼고초려)처럼 방문하다의 뜻이 있다. 回顧(회고)는 고개를 돌려 보거나 옛일을 돌이켜보는 것이다.

脚(각)은 정강이 또는 발이다. 月(육)은 살코기 모양을 본뜬 肉(육)이 변으로 쓰일 때의 형태로 月(월)과는 무관하다. 橋脚(교각)은 교량을 받치는 기둥, 山脚(산각)은 산기슭이다. 밟거나 돌아다니다의 뜻도 있으니, 行脚(행각)은 어떤 목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다.

他(타)는 여기서는 작자가 돌아보는 다른 산을 가리킨다. 更(갱)은 다시 또는 더욱의 뜻이다. 고치다 또는 교대하다의 뜻이면 ‘경’으로 읽는다. 更新(갱신)은 만료된 기간을 다시 연장하는 것이고, 更新(경신)은 옛것을 고쳐 새롭게 함을 뜻한다. 更生(갱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거나 다시 옳은 생활에 들어서는 것이고, 更衣(경의)는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산에 오르며 다른 높은 산을 돌아보면 그때마다 그 산도 높아지는 듯 여전히 높기만 하다. 산이야 그래도 최고봉에 이를 수 있지만, 학문은 나아가면 갈수록 그 경지가 심오하며 끝이 없다. 宋(송) 楊萬里(양만리)의 ‘過上湖嶺望招賢江南北山(과상호령망초현강남북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