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계산에 올랐다. 평일이지만 청계산은 가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산 입구에 다다르자 오래도록 맡고 싶었던 흙냄새와 시냇물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산에 왔다는 기쁨도 잠시, 천개사 입구에서부터 매봉을 오르는 등반길에서 페인트 냄새가 났다. 등반길을 따라 세워둔 나무 기둥을 황토색으로 칠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직 칠하지 않은 반대편의 나무 기둥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어 훨씬 운치가 있었다. 도대체 왜 칠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등산을 하는 목적은 좋은 공기를 쐬기 위함이다. 그런데 산에서 휘발성 냄새를 풍기는 페인트 작업을 하다니….
도색 작업을 마친 곳 주변에는 곳곳에 페인트가 떨어져 있었다. 등반을 하다 잠깐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나무 의자는 번쩍 번쩍 광택이 나는 페인트로 덮여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페인트 작업을 해야 했다면 냄새가 적은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해야 했다. 또 등산객이 쉴 수 있는 의자 한두 개는 남겨놓고 순차적으로 덧칠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조정현 서울 서초구 서초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