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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규제에 갇힌 신도시]고양시,자족시설 부족 시름

입력 | 2008-10-22 03:04:00

일산신도시 바로 앞인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과 일산서구 법곶동 일대는 규제가 풀리지 않아 농업 시설이 창고, 공장으로 불법 전용되거나 소규모 공장만 난립해 주변 환경이 악화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장항동 공장지역이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있다. 고양=원대연 기자


市면적 45%가 ‘개발제한’… 규제에 손발묶인 93만 대도시

市전체가 과밀억제권역… 35%는 군사보호구역

이중 삼중 규제로 꼭 필요한 도시개발도 추진못해

공장-대학 등 신축제한… 불법시설-난개발 부작용

버섯을 키우겠다고 허가를 받은 자유로 주변의 건물은 창고나 공장으로 불법 전용됐다.

자유로변은 공항, 서울과 가까워 공장이나 창고를 지으려는 수요가 많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공장총량제 등의 규제 때문에 합법적인 허가는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는 지역 특화사업을 키우기 위해 화훼단지를 조성했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을 판매장은 지을 수 없었다. 중앙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주지 않으면서 그 지역에는 판매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일산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고양시는 인구 100만 명(현재 93만 명)을 눈앞에 둔 거대 도시로 성장했지만 지나친 규제 때문에 숱한 도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고양시는 현실을 외면한 규제를 풀어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기형적으로 성장하는 도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중앙정부에 계속 건의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 자족 기능 가로막는 중복 규제

세계꽃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화훼산업을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 중인 고양시는 지난해 말 덕양구 원당동과 주교동 16만6000여 m²에 화훼단지를 조성했다.

가공 유통 수출 관광을 연계하기 위해 흩어져 있던 화훼 농가를 한곳에 모았던 것.

그러나 재배용 비닐하우스만 지을 수 있었을 뿐 그린벨트 내에는 건축물을 짓거나 판매시설을 갖출 수 없다는 규제가 풀리지 않아 당초 계획은 무산됐다.

지역 특화산업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달라는 고양시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인구 100만 명을 눈앞에 뒀지만 농협대와 항공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항공대가 있을 뿐 일반 대학은 한 곳도 없는 게 고양시의 현실이다.

시 전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대기업 공장은 아예 지을 수 없다. 200m² 이상의 공장 신증설은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아 설립이 매우 까다롭다.

여기에다 과밀억제권역 내 기업이 건물을 신축할 경우 취득세를 다른 지역 기업의 3배를 내야 하는 중첩 규제가 더해지고 있어 고양시에서 기업을 경영하기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행정구역 면적은 267.311km²에 이르지만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공업용도의 땅은 0.02%인 0.066km²에 불과해 고양시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시 전체가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인 데다 시 면적의 45%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35%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되는 등 중복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 그린벨트에는 자족 시설도 NO

이처럼 공해 발생 요인이 없는 첨단 산업과 대학 등 자족 기능을 갖추기 위한 규제 완화가 절실한 실정이지만 현실에서는 좀처럼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인구 과밀로 일산신도시 내 각급 학교들의 학급당 정원은 40명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신도시를 둘러싼 그린벨트 지역에는 학교 신설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이라도 학교 신설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중앙정부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학교 신설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또 과밀억제권역에서 법인을 설립할 때 내야 하는 등록세는 다른 지역의 3배라 고양시를 찾아올 기업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린벨트가 풀리지 않는 데다 규제 때문에 기업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이 불법 창고나 공장, 축사 등의 시설은 법규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생기고 있다.

고양시는 그린벨트 제한 외에도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이중 삼중 규제를 받고 있어 도시 기능상 꼭 필요한 개발을 합법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김현수 교수는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는 불법 시설 등으로 난개발이 이뤄져 당초의 설정 목표를 이미 상실했다”며 “그린벨트 규제 외에도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이 중복되는 중첩 규제를 풀면 자족 시설을 갖추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불법과 난개발로 이어져

그린벨트 내에 합법적인 산업시설 건설이 사실상 막히자 불법과 난개발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산동구 장항동과 일산서구 법곶동 등 자유로 주변은 서울과 공항이 가까워 공장이나 물류창고로 적당한 위치다.

하지만 그린벨트에 묶여 농업용 버섯재배사 등만 가능할 뿐 공장이나 창고 허가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용도를 바꾸거나 소규모의 영세 공장이 난립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버섯재배사를 창고로 불법 전용해 운영 중인 A 씨는 “마음이 불편해 비용이 들더라도 합법적인 시설로 바꾸고 싶어 시에 문의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해서 불법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불법 시설이다 보니 폐수 배출 혹은 쓰레기 처리 시설을 갖추지 않고 내부에서 은밀히 처리하는 부차적인 불법으로 이어진다.

또 지난해에는 584명이 불법 용도 변경으로 적발돼 고발되고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이런 단속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물류단지나 산업단지 조성이 절실하지만 단속 위주의 규제만 적용돼 매년 수백 명을 전과자로 만들고 있어 안타깝다”며 “현실에 맞도록 규제의 완화와 조정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그린벨트지역 고교 신설 세번 요청 모두 거부당해”

강현석 고양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