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스-티케 여신상’
기원전 6세기부터 서아시아에서 이집트까지 오리엔트 일대를 지배한 세계 제국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는 기원전 330년에 막을 내렸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를 함락시키고 불을 질렀다. 페르시아는 멸망하고 말았다.
페르시아로서는 비운의 사건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리스와 페르시아 문화가 융합된 헬레니즘 문화의 기원이 된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에 선보이는 ‘이시스-티케 여신상’(기원전 1세기)은 이 헬레니즘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
이시스는 고대 이집트의 여신이다. 이시스에 대한 숭배는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 로마 등 지중해 전체로 퍼졌다.
이시스 여신상은 고대 그리스의 여성복인 페플로스를 입고 있다. 천을 어깨에 두른 뒤 발까지 늘어뜨리고 허리 부분을 묶은 패션이 세밀하게 표현됐다. 또 이시스 여신상이 쓰고 있는 관은 사랑을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의 또 다른 여신 하토르의 관이지만 이시스의 상징이 됐다.
이 조각상은 하마단에서 발견됐다. 하마단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서남쪽으로 337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아케메네스 왕조 시절 제3수도였다. 그리스풍의 의상을 입고 있는 이집트 여신상이 페르시아 지역에서 발견된 사실은 여러 문화가 융합된 헬레니즘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서양사는 헬레니즘 문명을 그리스 문명의 세계화로 가르치지만 이시스 여신상은 헬레니즘 문명이 ‘그리스 문화라는 신부가 페르시아를 계승한 파르티아로 시집와 낳은 자녀’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구박물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1688-0577,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