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고물밴드 이야기…어?’는 폐품을 악기로 만들어 연주하는 공연이다.
‘짬통’에 고무줄과 롤러손잡이를 연결해 만든 베이스, 빈 유리병에 적당히 물을 넣고 빨대로 연결해 만든 뽁뽁이 피아노, 각각 길이가 다른 투명 PVC 파이프를 손뼉 칠 때 나는 바람을 이용해 연주하는 PVC 오르간, 카메라 전자 제품 등에 묻은 먼지를 청소하는 도구의 바람구멍에 나팔을 넣어 만든 경적 브라스 등 독특한 20여 가지의 악기로 ‘오버 더 레인보’ ‘티파티에서 아침을’ 등을 연주하며 1시간 40분의 공연을 이끌어간다.
만들게 된 계기는 “세상에 없는 악기를 만들어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이범찬 연출의 꿈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이라는 주제가 결합되면서다. 2006년부터 아프리카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과 악기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직접 연주도 해보고 악기 원리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1년 동안의 제작 기간을 거쳐 나온 것이 20여 개의 폐품 악기다.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악기인 탓에 배우들은 소리를 익히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죽마고우인 친구 5명이 밴드를 만들어 음악대회에 나가려고 준비하던 중 일렉트릭 기타 주자가 감전되고 불이 나면서 악기가 모두 없어진다. 돈이 없는 이들은 결국 남들이 버린 폐품을 모아 악기를 만들어 대회에 나간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이 공연을 올렸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내려갔다. 올해 8월 이들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22일∼3월 15일 서울 대학로 바다씨어터. 02-701-342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