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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시승기/GM대우 베리타스

입력 | 2008-10-23 02:59:00


긴장하라 에쿠스, 강적이 왔다

‘우리에게도 멋진 대형차가 있다!’

GM대우자동차가 최근 ‘베리타스’를 내놓으면서 내뱉은 외침이다.

GM대우차의 라인업에는 대형차가 없었다. 1989년 대우차 시절 현대자동차 ‘그랜저’에 빼앗긴 대형차 시장을 되찾기 위해 ‘임페리얼’을 내놨지만 참패로 끝났다. 이후 국산 대형차 시장은 현대차 그랜저와 ‘에쿠스’의 독무대가 됐다.

GM대우차는 2006년 ‘스테이츠맨’을 내놨지만 임페리얼보다 더 혹독한 실패를 맛보고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그래도 GM대우의 대형차를 향한 열망은 끈질기다. 곧바로 ‘베리타스’를 등장시킨 것이다. GM대우차 임원들이 현대차 ‘제네시스’를 탈 수는 없지 않은가.

베리타스는 한민족에 의해 멸종된 스테이츠맨을 개선한 모델이어서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시승을 해보고 적잖이 놀랐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보이긴 했지만 국내 어떤 대형 세단보다도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가 탄탄했다.

3.6L 엔진은 최고출력 252마력이다.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낮지만 가속력은 나쁘지 않다. 직접 측정한 0→100km/h는 8초 정도. 최고속도는 시속 230km가 나왔다.

브레이크는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였다. 시속 200km에서 급브레이크로 정지 상태에 이를 때까지 밀리는 느낌이 없었다. 두세 번 반복해도 크게 밀림이 발생하지 않았다. 브레이크는 승차감을 고려해 처음에는 부드럽지만 세팅됐지만 깊게 밟으면 상당한 제동력을 발휘하며 차를 안정적으로 멈춰준다.

코너링은 더욱 놀랍다. 리무진 수준인 거구임에도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줬다. 물론 소형차처럼 날렵함은 기대할 수 없지만 동급 중에서는 비교 우위의 핸들링 성능이다. 특히 고속주행 중 커브길을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코너링은 발군이다. 차체의 밸런스와 서스펜션 세팅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편의장치도 일품이다. 떡 벌어진 전륜 펜더는 스포츠카 같은 기분이 난다. 다기능 스위치가 내장된 스티어링 휠, 뒷좌석 마사지시트, 무선헤드셋, 보스사운드시스템, 뒷좌석 모니터, 블루투스 핸즈프리, 프라이버시 글래스, 크루즈 컨트롤 등 환상적이다.

그러나 럭셔리 차량이 가져야 할 친절도는 조금 떨어진다. 엔진음이 다소 크고, 무선키는 조잡한 느낌이다. 뒷좌석 버튼의 배열도 어색하다. 완결성에서 2% 부족하다는 뜻이다.

가격은 4650만∼5780만 원으로 좋은 편이다. 풍부한 편의장치에다 8%의 관세를 내고 들여온 호주산 수입차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