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2.0' 홈페이지 캡처 화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현 정부가 감사원과 사정기관을 동원해) 저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사이트 '민주주의 2.0' 홈페이지에 댓글 형태로 올린 '정책감사와 감사원의 독립'이란 제목의 글에서 "(정권이 바뀌니) 사정기관들이 칼을 들고 나서기 시작해 저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는 눈치"라고 토로했다.
그는 "감사원의 독립, 감사원을 비롯한 각종 국가 권력의 독립, 나아가서 국정전반의 정상화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지난 20년간 6월 항쟁과 사회개혁의 성과로 권력기관의 독립성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정권이 바뀌니 제도는 변화가 없는 데 (사정기관들의)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이 임기 중에 있는 공직자를 쫓아내기 위하여 전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쑥밭을 만들더니 마침내는 언론사 사장까지 쫓아냈다. 권력의 칼이 된 것"이라고 썼다.
이어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물러났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언론도 여론도 무덤덤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각성이 필요하고 언론, 지식사회, 국민 일반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면서 "무엇보다 정치권력 스스로의 절제가 중요하다"며 "정권 스스로 절제하면 개혁과 진보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청와대가 감사원에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금 감사 요청을 한 것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같은 글에서 "감사 요청은 국회도 할 수 있고 일반 시민도 할 수 있다"며 "감사원은 대통령에 속한 국가기관이다. 대통령은 감사요청도 할 수 없다는 논리가 과연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국회가 정부와 협력하면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논리보다 훨씬 더한 억지 논리"라고 규정하고 "대통령이 국정에 관한 통제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감사를 통해 협력하는 게 독립성의 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유치한 형식논리"라고 주장했다.
또 "직불금 소용돌이에 휩쓸려 정책감사의 작용을 없애버린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도 앞으로 많이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은 독립기관이지만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책임지는 기관"이라며 "비위를 감사하는 사정 업무에 관한 한 철저한 독립이 필요하나 정책과 집행의 적절성에 관한 감사는 그 자체가 대통령의 국정통제 업무에 연관된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노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쌀 직불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불금 논란 보고를 받았는지, 직불금 감사 결과에 대해 비공개할 것을 지시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전날 봉하마을 방문객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참여 정부의 쌀 직불금 감사 은폐 및 청와대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한마디로 생트집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국정조사도 있고 하니 적절한 과정을 통해 자료를 갖고 증명해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이훈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