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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투데이]남들이 투매할 때 배당금 재투자한 사람들

입력 | 2008-10-24 02:50:00


주식투자자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공황의 재림이다. 1929년 대공황 때 주가는 90% 이상 하락했으며 폭락한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22년 걸렸다.

지금의 주가 하락 모양새가 그때와 너무나 닮아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다행히 그때와 다른 점은 전 세계가 공조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고 주택버블 붕괴가 아직까지는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이란 단서가 붙었을 뿐이다.

대공황의 공포와 마주친 투자자들은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미국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고 있는데도 금융시장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주택시장의 불안 때문이다. 파산위기에 처한 은행 때문에 파산위기에 처해 있는 주택보유자들의 구제가 뒷전에 밀려나 있다.

구제금융으로 은행이 파산을 면하더라도 추가적인 주택시장 붕괴가 더 두려운 상황이다. 잠시 하락하던 모기지 금리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대공황으로의 이전을 차단하려면 주택시장 안정이 필수적이고 이는 모기지 금리 하락에 달렸다.

주택시장의 위기상황은 한국도 미국보다 나은 상황이 아니다. 주택시장의 위험은 국내 은행의 파산 위험이다. 한국의 은행이 안전하다고 내세우고 있는 근거로는 고객에게서 대출금의 2배가 넘는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있다는 점 하나뿐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죽어버리면 대출금의 2배가 넘는 담보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경매시장에서 반값에라도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자에게 지금의 시장 상황은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주식투자 전략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제러미 시겔 교수는 대공황기에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했던 투자자의 투자수익률이 다른 어떤 투자수익률보다 가장 높았다는 것을 검증했다.

대공황 직전의 최고점(1929년)에서 1000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면 25년 후 전 고점(1954년)에 도달했을 때 원금은 채권투자수익의 2배인 4400달러로 불어났다.

반면에 대공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같은 기간 주가도 폭락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가정했을 때 1929년에 투자한 1000달러의 투자금액은 25년 후 단지 2700달러에 불과하다. 이 금액은 대공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경우의 투자수익의 60%에도 못 미친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이유는 배당금을 재투자한 결과였다. 경기침체기 동안 배당금이 많이 줄었지만 주가가 훨씬 더 떨어졌기 때문에 약세장에서 배당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결과 주식시장 회복기에 높은 투자수익률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까지 공포에 휩싸여 투매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무조건 항복’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돈을 얻는 것이 무일푼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무조건 항복에 동참한다면 정말 실패한 투자자가 되고 만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