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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리포트]먹는 맛이 사는 맛 ‘외식천국’

입력 | 2008-10-24 02:56:00


뉴욕에는 레스토랑이 많다.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정답은 2만여 곳. 매일 하루 세 끼를 새로운 레스토랑에서 해결한다고 해도 18년 이상 걸리는 어마어마한 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다양한 음식문화가 공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집에서 식사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뉴욕에는 싱글 남녀가 그 어떤 도시보다도 많다. 그만큼 요리를 해 먹는 사람들이 적다는 뜻이다. 이들은 주로 외식이나 배달을 택한다. 뉴욕에 주방공간이 작고 독신자용 소형 냉장고를 갖춘 아파트가 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은 예약문화가 발달해 있다. 유명 레스토랑이라면 1∼2주 전 예약은 기본이다. 일부 최고급 레스토랑은 최소 두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뉴요커들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긴다.

값이 싸면서도 ‘맛집’으로 알려진 레스토랑들 중에는 아예 예약을 안 받는 곳도 있어 1시간씩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뉴요커들의 또 다른 레스토랑 문화는 노천에서 식사하는 것을 무척 즐긴다는 점이다. 바로 옆에서 차가 먼지를 날리며 지나다니는데도 느긋하다.

뉴욕의 유명 셰프들은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대접을 받는다.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Owner Chef)’다. 규모가 큰 레스토랑은 요리사가 4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작은 기업이나 다름없다.

이런 레스토랑들은 손님들에 대해 열정을 갖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손님이 주문하기 전에 먼저 기호를 물어보는가 하면 오너 셰프가 테이블을 돌면서 “음식 맛이 어떠냐”고 묻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팬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최근 뉴욕의 음식문화에서는 갈수록 커져가는 ‘채식주의자 파워’가 눈에 띈다. 고급 레스토랑들은 대체로 저마다 채식주의자용 메뉴를 갖고 있다. 심지어 맥도널드마저도 야채버거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뉴욕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퓨전 면 전문점은 채식 메뉴가 없다는 이유로 채식주의자들의 집단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럴 때는 채식 메뉴를 추가하는 게 보통인데, 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계 셰프는 “채식을 하고 싶으면 우리 가게에 오지 말라”고 일축하며 자존심을 지켰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뉴욕의 수많은 레스토랑들은 오늘도 까다로운 뉴요커들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을 기다리며 불을 밝힌다.

박영하·최지원 부부 younghany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