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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닮은듯 다른 3색 비발디

입력 | 2008-10-24 02:56:00


비온디-카르미뇰라 잇단 내한공연

장한나도 ‘런던체임버’와 4곡 협연

비발디의 ‘사계’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순위에서 오랫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사계’를 녹음한 음반도 100여 종이 있고, TV시그널 뮤직으로도 흔하게 나오는 ‘사계’는 어느덧 식상해져만 갔다.

그런데 20세기 말, 비발디의 ‘사계’는 강렬한 사운드와 속도감으로 무장한 음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찾는 줄리아노 카르미뇰라가 이끄는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11월 2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에 의해서였다.

1991년 고음악 전문 레이블인 ‘오푸스111’에서 발매된 파비오 비온디(43)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의 ‘사계’는 단정하기만 한 이전의 원전연주를 벗어난 충격적인 연주로 단숨에 50만 장을 팔아치우며 그해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통틀어 음반차트 1위에 올랐다.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 씨는 “비온디는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gut)현으로 연주하는 바로크 바이올린이 그토록 열정적일 수 있음을 처음 알게 해 준 연주자”라고 말했다.

비온디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퍼셀, 르클레르, 비발디 등 17, 18세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기악곡을 연주하며 바로크 음악기행을 펼친다. 특히 그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음악 현악기인 ‘비올라 다모레’를 들고 비발디의 ‘비올라 다 모레와 류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비온디의 ‘사계’ 음반이 출시되고 3년 뒤 비발디의 고향인 베네치아의 트레비소에서 구성된 ‘마르카의 유쾌한 음악가들’은 ‘사계’의 원전연주 붐에 기름을 부었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가 이끄는 이들의 ‘사계’는 더욱 빠르고 극적인 다이내믹을 구사해 마치 록 음악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베니스 바로크 합주단’과 함께 처음 내한하는 카르미뇰라는 비발디 ‘사계’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비발디의 음악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테크닉 영역과 표현방식을 효과적이고도 아주 연극적으로 표현한 비르투오조(테크닉이 뛰어난 연주자)였다”며 “나는 그의 음악 속에 담긴 창조적 영감 속에서 한없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EMI에서 비발디 협주곡 앨범을 내고, 처음으로 바로크 레퍼토리에 도전한 첼리스트 장한나 씨도 11월 7, 9일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갖는다. 장 씨는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 4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장 씨는 인터뷰에서 “비발디는 30개에 이르는 첼로 협주곡을 남겼으며, 이 협주곡들을 통해 첼로를 역사상 처음으로 ‘반주악기’에서 ‘솔로악기’로 격상시켰다”며 “비발디가 ‘첼로의 성경’으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위해 미리 첼로를 솔로악기로 변화시키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장 씨는 “비발디가 살던 당시 베니스 사람들은 매일 밤 마스크를 쓰고 무도회를 열며 늘 새로운 것에 놀라길 바랐던 쇼킹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20∼30년간 인기 있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비범한 창조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2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4만∼12만 원. 02-586-2722 △파비오 비온디 & 에우로파 갈란테=11월 2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4만∼8만 원. 02-2005-0114 △장한나 &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11월 7일 오후 7시 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1월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4만∼15만 원. 1577-52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