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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美서 신약개발 도전

입력 | 2008-10-24 02:56:00


현지연구소 설립 ‘세계 절반 시장’ 공략 나서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사는 60대 미국인 A 씨는 심한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다. 물리치료, 약물 투여 등 다양한 치료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자 개발 중인 신약(新藥)의 임상시험을 신청해 9월 초 ‘티슈진C’ 주사를 맞았다.

A 씨는 “주사를 맞은 후 무릎 통증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임상 1상 시험의 주된 목적인 ‘인체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었다.

임상시험 책임자인 알링턴 커먼웰스병원의 데이비드 롬네스 정형외과 의사는 “3명의 환자에게 티슈진C를 투여했는데 모두 부작용이 없었고 2명은 증상이 호전됐다”며 “신약으로 개발되면 잠재력이 무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슈진C는 코오롱그룹의 미국 현지 바이오 연구법인인 ‘티슈진’이 만들고 있는 신약이다.

○ 미국 본토를 공략하라

최근 미국에서 신약을 개발하거나 미국을 마케팅 중심지로 삼는 한국 제약 기업이 늘고 있다.

세계 바이오 관련 기업 760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바이오텍산업기구(BIO) 조지프 코란겔로 사업개발담당 매니저는 “미국은 뛰어난 기술 수준의 대학 및 연구소, 컨설팅 회사, 벤처 캐피털 등이 서로 시너지를 내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메릴랜드 주 록빌에 있는 티슈진은 1999년부터 미국에서 신약 개발에 나섰다. 현재 5개 신약을 개발 중인데 티슈진C는 미국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고 한국에서는 이미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이관희 티슈진 사장은 “세계적인 신약을 만들기 위해선 미국의 벽을 넘어야 한다”며 “미국은 신약 연구 자료가 풍부하고 신약 발매로 인한 기대 수입이 한국의 10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역시 록빌에 있는 한올제약인터내셔널(HPI)의 이형기 고문도 “한올제약은 매출액 800억 원대의 중소 제약업체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한 신약은 다른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쉽기 때문에 지난해 미국 현지 법인인 HPI를 설립했다”고 했다.

동아제약, SK생명과학, RNL바이오스타 등도 미국에 지사 혹은 연구소를 두고 있다.

○ 기회의 땅, 그래도 조심해야

전미호 KOTRA 뉴욕 코리아비즈니스센터(무역관) 차장은 “2005년 기준 미국 제약시장 규모는 약 2500억 달러로 세계 제약시장의 절반 정도”라며 “유럽 소재 다국적 제약사들도 유럽보다 미국에 더 큰 조직을 운영할 정도로 미국은 전략적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 주요 그룹이 미국 제약시장에 도전장을 냈다가 실패하고 철수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관희 사장은 “‘국내 모회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미국 벤처펀드들의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록빌·알링턴·워싱턴=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