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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대표 릴레이 인터뷰]“경제부총리 부활 바람직 안해… ”

입력 | 2008-10-24 02:56:00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대표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쌀 직불금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면서 “이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계속 내놓겠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3당 대표 릴레이 인터뷰]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여야가 한마음으로 경제 살리는 법안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각의 개헌 논란에 대해서도 “경제가 어려운데 개헌 논쟁을 벌일 수 있겠느냐”면서 “일단 경제를 살려놓은 다음에 논의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13대 국회부터 17대 국회까지 내리 5선을 한 박 대표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올 7월부터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다.》

[경제 위기] 현위기는 국제적 문제… 정책 효과못봐 안타까워

감세안 후퇴없어… 실물경제 지원책 계속 나올 것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연일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치솟고 있다.

“이번 금융 위기의 본질은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금융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만의 위기라면 어떻게라도 해보겠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노력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다행히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중진국들이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있어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진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다가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당시엔 국내에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지만 지금은 위기가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 경제 체질은 튼튼하다. 외환보유액도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야당에선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강 장관 진퇴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국민들이 반반으로 나뉘더라. 위기가 좀 지난 후에 검토해서 얘기하면 된다. 폭풍 속을 헤쳐 항해하는 선장을 보고 자꾸 ‘뛰어내려라’고 하면 어떡하나.”

―경제팀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경제부총리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없앤 부총리를 다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노무현 정부 때 부총리를 셋이나 만들어놓고 위원회는 수백 개를 만들어 조직을 비대하게 만들어 놨다. 각 부처 일을 통합 조정하는 것은 총리의 역할이다. 총리가 이럴 때 나서서 경제 분야와 금융 분야 부처 장관들을 모아놓고 자주 회의도 하고 지휘 통제하면 된다. 그런 것 하라고 총리가 있는 것 아니냐. 물론 지금 총리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화급한 정책이 많은데 너무 종부세 개편에만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종부세만 처리하겠다는 게 아니고 감세정책을 병행해서 하려고 한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두 가지 큰 축이다. 감세안을 후퇴시킬 수 없다.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이고 총선공약 사항이다.”

―내년이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게 샐러리맨들의 얘기다.

“국민들이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은행에 1조 원의 자본을 증액하도록 했다. 건설회사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책도 나왔다. 각 분야에서 이런 지원방안을 계속 내놓을 것이다.”

[국회] 경제 법안-한미FTA 빨리 처리해줘야

개헌문제는 경제부터 살려놓고 논의

―지난번 추경예산 처리 때 보여줬듯이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한 한나라당이 너무 무기력한 것 같다.

“우리가 강하게 추진하면 야당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합의 통과를 목표로 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 하지만 야당과 합의해 추경을 통과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시간이 걸려도 여야 합의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

―연말에 내년도 예산안 통과는 제대로 되겠는가.

“야당의 대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우리도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일방적인 강행처리라는 말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야당도 협조해야 한다.”

―지금 개헌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개헌 논쟁을 벌일 수 있겠느냐. 일단 경제를 살려놓고 개헌은 후에 논의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개헌이 간단히 되는 게 아니다. 경제 상황이 관건이다. 현행 헌법을 꼭 고쳐야겠다는 절실한 필요도 없다. 지금보다 나은 헌법을 가져야겠다는 논의는 있지만 이 헌법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개헌을 하려고 국력을 쏟아서 논쟁이 일어나고 국론이 분열돼서 되겠느냐.”

―한나라당 안에서 여전히 친박계(친박근혜계)와 친이계(친이명박계)가 ‘물과 기름’이라는 얘기가 있다.

“요즘 한나라당에는 ‘친이’도 없고 ‘친박’도 없다. 신친박(친박희태)만 있다.(웃음) 계파 문제에 대해선 이미 한 덩어리가 됐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계기로 계파가 생길지 모르지만 지금은 화음(和音)을 잘 내고 있다.”

―연말쯤엔 개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개각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고 개인적인 생각도 없다. 당장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개각은 한 차례 있겠지만 시기가 연말인지 내년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전 정부부터 계속한 사람도 능력이 있고 국민들의 좋은 평가를 받으면 계속 써야 하는 것 아니냐. 전 정부 사람이냐, 새 정부 사람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직무를 잘 수행하느냐,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가 관건이다.”

―국정감사가 곧 끝난다.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야 할 법은….

“무엇보다 경제 살리는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감세 법안, 규제완화 법안 등 정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법안이 400건이 넘는다.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서 정부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국회에서 조속히 비준해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국회가 할 것은 안 해주고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이 시원찮다고 해서는 안 된다.”

[직불금 파문] 잘못된 제도 - 부정 은폐하려 한게 본질

철저하게 조사… 편가르기는 옳지 않아

―여야가 쌀 직불금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이번 파문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선은 잘못된 직불금 제도다. 또 그 잘못된 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정을 은폐하려고 한 노무현 정권의 시도가 문제다. 이걸 파헤치는 게 목적이다. 부당하게 타간 직불금을 모두 환수해 한 푼도 다른 데로 쓰지 말고 농민들에게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인가.

“진상규명하는데 미리 그어놓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나. 그러려면 국정조사를 뭐 하려고 하나. 노 전 대통령이 여러모로 그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가 은폐가 됐다. 그런 선상에서 본다면 노 전 대통령의 증언이 필요하다. 증언 방법은 여야 간에 합의하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해줘야 할 것이다.”

―직불금 문제를 파헤칠수록 여당에 불리할 것이라고 야당은 생각하는 것 같다.

“편 가르기 식의 정치적 대응으로 나오는 것은 안 된다. 있는 사람에 대한 증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목적으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직불금 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서 운영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직불금을 한 푼도 지급한 적이 없다. 지급하지 않은 정부를 끌고 들어가서 도덕적인 상처를 가하려는 시도야말로 참으로 정당답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한 처사다.”

―감사결과를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감사원이 문제 아니냐.

“중요한 것은 감사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고 청와대에서 감사의 방향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덮으라든지, 더 파헤치라든지, 처벌 조치를 어떻게 하라든지 이런 게 문제다. (대법전을 꺼내면서)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기구라고 해도 대통령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는 얘기는 없다.”

[북핵] 테러지원국 해제 빠른 측면 있어

北, 인도적 지원 거부 참말로 딱해

―미국의 북한 테레지원국 해제와 관련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저도 지금 그런 때인가 하는 데 대해선 많은 회의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하고 핵폐기 프로그램을 다 완수하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오히려 후퇴하는 마당에 테러지원국을 해제하는 것은 지금까지 취한 정책과 맞지 않다. 나름대로 미국의 생각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하던 것과 다른 길로 갔고 해제 시기도 너무 빨랐다.”

―북핵 위기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 막혀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 이 정부 들어서도 지원하겠다는데 북한이 안 받겠다는 것 아닌가. 달라고 하는 소리를 안 해도 우리는 줄 것이다. 하지만 안 받겠다는 소리는 안 하는 게 예의 아닌가. 참말로 딱하다. 지금이라도 반대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줄 것이다. 북한이 국회의원 방북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일이다. (목소리를 높여) 정치인의 대북 비판을 봉쇄하겠다는 의도 아니냐. 그런 식으로 국내 정치에 간여하겠다는 것이어서 아주 불쾌하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 산물이 아니겠느냐.

“햇볕정책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 퍼 주기 식으로 돼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합리적이고 분별력 있는 햇볕정책을 쓸 것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