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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마라톤 유망주 발굴’ 체육진흥공단 황영조 감독

입력 | 2008-10-24 02:59:00


‘진주 캐기’ 8년 “곧 제2 황영조 나올 것”

“좋은 재목만 있으면 ‘제2의 황영조’로 키울 자신이 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8)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로 2000년부터 체육진흥공단을 맡아 지도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재목’만 있으면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황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그동안 뭘 했느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흙 속에서 진주를 발굴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유명 팀들이 좋은 선수들을 다 영입해 가는 바람에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선수들을 맡아 키웠다.

19일 열린 동아일보 2008 경주국제마라톤 국내 남자부에서 우승한 이명기(2시간16분22초)와 5위 오세정(2시간19분55초), 6위 김병선(2시간22분45초)은 황 감독이 발굴해 조련시키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대학 때 이름을 날리던 다른 팀 선수들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공단은 공기업이라 선수를 수급하기 힘들다. 그래서 유명 선수보다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 세계무대에 내보낼 정도는 아니지만 조만간 2시간7, 8분대 선수도 만들 자신이 있다.”

황 감독은 “선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그 선수에게 맞는 눈높이 훈련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 과거 자기가 배웠던 것에만 의지해 가르치면 실패한다. 우리나라에는 공부하지 않는 지도자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늘 연구하고 눈높이를 낮춰 선수들을 인정하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자신의 성공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부족한 자원이지만 꾸준히 훈련시켜 국내 10여 개 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냈다.

황 감독은 “선수가 없다. 팀당 10명 이상이 있어야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4명밖에 안 된다. 한두 명 부상하면 훈련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 감독은 전국체전 마라톤 폐지론자다. 전국체전에선 하프마라톤만 실시해 선수들이 다른 마라톤대회를 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체전에서는 입상하지 못해도 순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니까 지방자치단체에서 점수 획득을 위해 훈련하지 않는 선수에게도 뒷돈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황 감독은 한국체대 출신 김우연(2시간18분55초) 등 9년 만에 처음으로 2시간10분대 선수를 영입했다며 희망을 불태우고 있다. 그동안 2시간20, 30분대 선수만 스카우트할 수 있었는데 이제야 2시간10분 벽을 넘을 수 있는 유망주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몽골로 훈련을 가니까 선수들이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그만큼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희망은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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