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문화수련원 연수교육 6년 만에 1만명 수료
전국서 문의… 공무원 학생 주부 등 참여층 다양
“선비정신은 우리 교육에 많이 녹아 있다고 봅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 최동환(56) 장학관은 23일 “서울교육연수원에도 선비정신을 교육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장학관을 비롯해 서울시교육청의 장학관과 장학사 16명은 2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부설 선비문화수련원에서 연수를 했다.
오래전에 이 수련원에 대해 듣고 참여하려고 했으나 미루다 이번에는 꼭 ‘실천’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선비정신’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2년 7월 문을 연 이 수련원에는 지난주에 200기가 입소해 개원 6년여 만에 총 1만 명이 수료했다. 수련원은 설립 당시 교원을 중심으로 연수를 할 계획이었으나 유익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공무원과 기업인, 학생, 주부 등으로 참여하는 층이 다양해졌다.
이곳에서 선비정신을 느끼는 참여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2년 224명에서 2005년에 1000명을 넘었으며, 지난해는 2880명이 수료했다. 올해는 10월 현재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연수 일정 잡기도 쉽지 않다. 다음 주에는 안동시청 공무원과 청주교대 학생이 연수할 계획이며, 이후 대구교대 학생과 안동지역 초등학생 등이 예정돼 있다.
수련원이 개설될 때부터 연수생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임은희(35·여) 씨는 “일 년 내내 연수 일정이 빼곡하다”며 “오시는 분들이 ‘선비정신은 사람의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도산서원의 전통 예절을 비롯해 퇴계 이황 선생의 생활체조인 ‘활인심방’ 체험, 퇴계 종택 등 안동지역 문화유산 답사, 선비문화 토론회 등으로 짜여져 있다.
수련원은 2002년 7월 도산서원에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상덕사를 400여 년 만에 여성에게도 개방한 데 맞춰 설립됐다.
지금은 수련원에 입소하는 연수생 가운데 40%가량이 여성일 정도로 선비정신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수련원의 ‘고민’은 연수를 희망하는 사람을 모두 받을 수 없다는 것. 지금은 자체 시설 없이 도산서원과 인근 국학진흥원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정관(70·전 대구교대 총장) 원장은 “선비정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며 “더 많은 국민이 연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수련원 자체 시설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