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3활주로 신설 이후 이착륙 잦아져
“오후 7시∼11시에 소음 심해… 가축 피해도 우려”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이 더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소음이 커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예요.”
항공기 소음 대책을 요구하는 인천 강화군 남쪽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가 확충돼 항공편이 추가로 개설되면서 강화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 피해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 인천공항 제3활주로가 신설된 7월 초부터 미국, 캐나다 등 미주 항로와 일본으로 오가는 항공기가 하루 50∼150대 운항 중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강화도 상공을 통해 이착륙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가 심한 지역은 양도면, 화도면, 길상면, 삼산면, 불은면 등 강화도 남쪽 지역에 위치한 5개 면. 이곳의 주민은 2만여 명이다.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 피해가 오후 7∼11시에 가장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양도면 건평리 주민 박세규(53) 씨는 “저녁 시간 TV를 시청할 때 항공기 소음 때문에 볼륨을 높여야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며 “잠을 청하다가도 항공기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인천공항공사에 항의를 했더니 ‘항공료가 낮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간 시간대 항공기 운항이 많아 주로 저녁 시간에 소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는 원론적인 해명만 들었을 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여기에 최근에는 강화군 중간에 위치한 선원면에서까지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인 강화도 남단 지역에는 강화군 축산시설의 70%가 분포돼 있어 소, 돼지 등의 유산 등 가축 관련 피해도 우려된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강화군은 7월 중순 비행기 고도 높이기, 항로 변경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인천공항공사와 서울지방항공청, 국토해양부 등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용역업체를 지정해 10월 20∼27일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항공기 소음 측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준치가 넘는 소음이 측정되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항공기 소음 측정은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제안한 소음 평가 단위인 웨클(WECPNL)을 사용하는데 75웨클이 법정 기준치이다.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도에 운항 횟수, 시간대, 소음의 최대치 등의 변수를 감안해 측정하는데 75웨클은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62dB)가 하루 종일 울리는 정도다.
현행 항공법상 80웨클을 넘으면 소음 피해 예상지역, 90웨클을 넘으면 소음 피해 지역에 해당돼 이주 또는 방음대책 등이 마련된다.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는 24일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강화항공소음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천시의회 박희경 의원은 “항공기 소음이 발생하기 시작한 뒤 수개월 동안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는데도 관계 기관이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며 “내달 1일부터 항공기 소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주민 서명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