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강정 지음/141쪽·7000원·문학과지성사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이라는 또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인 동시에 내가 연기해야 할 ‘나라는 허구의 부활’이기도 하다. 두 타자가 나누는 사랑은 만남에서 이별까지 두 사람이 축적해온 이질적인 시공간의 공존이나 융합, 또는 소멸이자 괴리다. 시인은 강렬하고 도발적인 언어로 이 세계의 슬프고 쓸쓸하며 원시적이고 적나라한 면면을 잡아냈다. ‘카메라 한 대로 모든 시간을 포획하려는 꿈을’(‘카메라, 키메라’)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처럼 사랑은 ‘서로에게 영원한 未知로 남은’(‘고등어 연인’) 슬픔임을 곱씹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