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생각의 출현/박문호 지음/504쪽·2만5000원·휴머니스트
성인 남성의 뇌 무게는 1400g가량. 남성 평균 몸무게가 70kg 정도라고 봤을 때 전체의 2% 정도다. 하지만 이 ‘생각’보다 작은 덩어리는 생각과 마음을 창조하고 언어와 문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과 우주를 이어주는 창구이기도 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인 저자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나 학술모임인 ‘수유+너머’ 등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 분야를 두루 공부하며 이름이 알려진 학자. 현재 KAIST 서울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뇌과학을 비롯해 천문 생명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저자에게 뇌과학은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두 문화의 심연을 메워줄 희망을 찾은’ 발견이었다. 이 책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저자가 ‘뇌’를 주제로 진행한 강연을 새롭게 정리한 것. 한마디로 뇌와 관련된 최근의 다양한 논의를 집대성했다.
저자는 뇌의 본질적인 기능을 ‘환경에 적응하는 운동의 생성’으로 보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시공간 감각을 형성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뇌가 만들어진 환경이라 할 수 있는 우주와 생명은 어떻게 창조됐는지, 단순한 유전자(DNA) 세포가 어떻게 고등동물로 발전하고 뇌가 생성됐는지, 그리고 뇌의 활동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꼼꼼하게 짚었다.
이 책의 장점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전달력. 강의를 기반으로 한 덕분에 천체물리학부터 진화생물학까지 망라한 쉽지 않은 주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풍부한 그래픽도 이해를 돕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