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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000 붕괴…금융-실물경제 ‘추락의 악순환’ 공포

입력 | 2008-10-25 03:01:00



코스피 10.57% 폭락국내외 경제의 암울한 전망에서 시작된 공포가 24일 코스피 1,000 선을 허물어뜨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전광판에는 3년 3개월여 만에 세 자릿수 코스피 종가가 기록됐다. 홍진환 기자

3분기 성장률 3%대로 추락
韓銀, 증권-자산운용사에 사상최대규모 2조 긴급지원



코스피 1,000 선이 무너졌다. 한국 증시의 시곗바늘은 3년 3개월여 전인 2005년 6월로 다시 돌아갔다. 원화 가치와 채권 값도 동반 하락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실물 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출 지향적인 아시아 국가에 후폭풍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원의 긴급자금까지 풀고 불안심리 진화에 나섰다. 정부 당국은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3분기(7∼9월) 경제성장률마저 3%대로 떨어지자 자산가격 하락으로 소비 위축과 실물 경제 침체가 빨라져 자산가격이 다시 떨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24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10.96포인트(10.57%) 폭락한 938.75에 마감돼 하루 만에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32.27포인트(10.45%) 내린 276.68에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5.20원 오른 142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장중 한때 연 5.06%까지 치솟았다가 한은의 2조 원 자금 지원 소식으로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4.90%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은은 만기 28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방식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2조 원을 공급했다. 만기를 감안하면 기관투자가에게 50조 원의 자금을 푼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실물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실질 소득이 줄고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국내총생산(GDP)의 49.3%를 차지하는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기업 설비투자도 떨어지게 된다.

이날 한은은 3분기 실질 GDP가 2분기(4∼6월)보다 0.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9%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2004년 3분기(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도 2005년 2분기(3.5%) 이후 최저치다.

소득지표인 실질 국민총소득(GDI)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교역 조건이 나빠져 2분기보다 3.0% 감소했다. 1998년 1분기(1∼3월·―8.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달 들어 주가가 폭락했고, 주가 하락이 통상 3개월 후에 민간소비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자산가치 하락이 소비여력을 고갈시키는 ‘마이너스 자산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내년 한국경제가 3%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