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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국감]국감 성적표 따져보니

입력 | 2008-10-25 03:01:00


3多, 직불금-의사진행 발언-의혹 판치고

3無, 정책대안 제시-전문성-예의 사라져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성적표가 시원찮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각각 좌파 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 8개월의 실정을 평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과는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쌀 직불금 파동 회오리에 국정감사가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데다 초선 의원들의 활동 또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불금 파동에 묻힌 국감

국감 중반 이후 불거진 쌀 직불금 문제는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킨 ‘블랙홀’이었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직불금 문제와 관련된 상임위에선 직불금 문제가 집중 거론돼 다른 정책 이슈들은 여기에 묻혀버렸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선 20일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직불금 수령자 명단이 있다’고 밝힌 뒤 감사가 중단됐다. 여야가 명단 공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만 벌였기 때문이다. 기획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직불금 공방이 계속됐다.

의원들의 잦은 의사진행 발언도 국감 진행을 매끄럽지 못하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12번의 국감 중 7번을 의사진행 발언이 길어지는 바람에 제때 질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9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선 한 인터넷 방송사의 생중계 불허와 국정감사장의 경찰 배치에 대한 민주당의 항의,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감사가 6시간이나 미뤄졌다.

농림수산식품위에서는 23일 증인으로 채택된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것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한 시간 반 가까이 의사진행 발언으로 공방을 벌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사가 밤 12시까지 이어져도 많은 의원들이 제대로 질의하지 못했다. 또 피감기관 직원들은 하루 종일 국감장에 대기하고도 서면질의만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근거 부족한 의혹 제기 여전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24일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거소투표(우편투표)에서 광범위한 부정투표가 이뤄졌고, 이는 당락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해당 거소투표 신고자 수가 18대 총선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일부는 샘플조사 결과 잘못된 주소지로 투표지가 발송되는 등의 사례가 나왔다는 정황 증거만 제시했을 뿐 부정투표를 입증하는 자료를 내놓지는 못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20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검찰 관계자가 밝힌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의 일부”라며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 한 장을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김 전 대통령은 24일 주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책대안 제시 못해

18대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이번 국감 준비기간은 과거보다 1개월 이상 짧았다.

이 때문에 충실한 정책 평가는 쉽지 않았고 정책 대안 제시도 부실한 편이었다.

뒤늦게 상임위를 배정받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구설수에 올랐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은 24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미래에셋이 판매한 인사이트펀드가 마구잡이식 투자를 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냈는데도 금융당국이 상품판매를 방조해 사실상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의원의 지적은 금융당국이 특정 금융사의 영업에 대해서만 별도의 잣대로 규제하라는 비현실적 주문이어서 정책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은 제시하지도 않았다.

부실 국감 속에 국회와 피감기관의 예의 없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10일 공정위 국감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인 한 국장에게 “빨리 볼펜 가지고 계산해 봐요. 암산할 수 있겠어요? 서울대 법대 우습게 만들지 말고…”라며 조롱하는 듯한 질의를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